아들에게

27연대 7중대 4소대 197번 정병섭에게 (3호)

소띠여사 2007. 3. 8. 13:02

병섭아

 

창밖의 햇빛은 참 따뜻하게 보이는데 바람이 차구나.

일기예보에 너 있는 중부지방도 오늘 춥다고 하더구나.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어제 너의 편지를 받았단다.

군사우편이라는 스템프가 찍혀진 편지를 받아들고

우리 아들을 본듯하여 가슴 설래였단다.

눈물은 쪼끔 흘렸어.

 

너가 그곳의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 지는 것 처럼

엄마와 아빠, 병연이도 일상으로

조금씩 다시 복귀하고 있단다.

 

우리 아들들이 한뼘을 크면

엄마는 아마 반뼘을 크는 것 같다.

늘 우리 아들들은 으젓한데 엄마가 못 따라가서 미안하구나.

병연이에게 구박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엄마는 고슴도치에서 탈출 할 수가 없단다.

 

어제는 스쿼시를 못했단다.

아빠가 환영회 한다고 차 가지러 가서 하룻저녁을 날려버렸어.

무척 화가 났는데

누워서 생각하니 엄마가 너무 아빠에게 화를 냈더구나.

늘 엄마는 행동해 놓고 반성하는 바보로구나.

아직 아빠에게 사과하지 못했어.

저녁에 이쁘게 사과하마.

 

지금 엄마는 김시습 선생의 금오신화 속

한자들과 열심히 씨름하고 있단다.

너가 사회로 복귀할때,

뱃살 빼는 것은 몰라도

유급되지 않고 졸업하는 것은 약속하마.

너의 격려 덕분에 엄마가 학사모를 쓰게 될거야.

 

늘 너에게 고맙다.

엄마의 아들이어서 고맙고,

엄마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고,

엄마가 널 사랑할 수 있어서 고맙고,

너가 엄마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소중한 내 아들 정 병 섭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