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27연대 7중대 4소대 197번 정병섭에게(4호)

소띠여사 2007. 3. 9. 16:44

병섭아

오늘은 날씨가 제법 풀려서 엄마 마음도 풀어졌어.

네가 느끼는 체감온도가 얼마나 되는지?

엄마가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그 겨울의 차가움보다

훨씬 더 추울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 아들이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햇볕 따가운 봄도 없고,

비바람 치는 장마도 없고,

뜨거운 불볕의 여름도 없고,

삭풍이 불어대는 겨울도 없고,

오로지 선선한 산들바람이 살랑대는

초가을만 있었으면 하는 황당한 바람을 빌어본다.

고슴도치 엄마의 우매한 바람이겠지.

강한 엄마에게서 훌륭한 자식이 난다는 글귀를 읽고 반성을 했다마는

그래도 엄마는 우리아들을 싸 안고 있고 싶구나.

 

성준이 엄마가 위로 전화를 했구나.

성준이 처럼 군입대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되레 엄마가 성준이 엄마를 위로해야겠는데,

차마 그렇게는 못했다.

 

병연이가

네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더구나.

겉으로는 아닌척 하면서도 네가 무척 그립기는 하나보다.

우애있게 커준 너희들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다른집 형제들은 아귀스럽게 싸운다고 하더라만,

너희 둘을 싸워서 엄마 아빠 속을 썩였던 기억이 없구나.

앞으로도 우애있는 형제로 서로 챙기면서 사랑하기 바란다.

 

네가 못다 먹고 간 약때문에 병연이가 고생하고 있단다.

지가 먹겠다고 했던 말을 책임지느라 오만 인상을 다 찌뿌리고 먹는단다.

그것도 너처럼 챙겨 먹는게 아니고 내가 챙겨줘야 먹는단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지는 보약 절대 해 주지말라고 내게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너는 얼마만큼 군인 아저씨가 되었느냐?

엄마는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아주 빠르게 복귀하고 있어서 네게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 아침은 너가 얌전하게 말아서 보낸 허리띠를 보고

아주 조금 눈물을 흘렸어.

엄마가 마음이 바쁘게 살다보니 감성도 무뎌져서 편지도 딱딱하지?

또 오늘 마감결산하고 퇴근해서는 엄마 모임에 가야겠다.

아빠 저녁 챙겨주고 가려면 아마 또 종종거리겠지.

오늘하루를 접고 나면

우리 아들은 씩씩한 군인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겠고

엄마는 열심히 사는 일상으로 한걸음 더 복귀하겠지.

 

우리아들 못 견딜 정도로 힘들면 말하거라.

엄마가 국방부 시계, 아니 지구를 몇바퀴 빠르게 돌아가게 밀어버리마.ㅎㅎㅎㅎ

엄마의 썰렁한 밥상머리 유머를 너는 이해하지?

 

내 아들 정 병 섭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