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연대 7중대 4소대 197번 정병섭에게(7호)
내아들 병섭에게
잘 지냈니?
엄마는 오늘 아침도 6시 알람을 듣고도 못 일어났다.
우리아들하고 똑 같이 일어날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더구나.
우리아들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고 고생하겠다는 생각을하고 이불속의 따스함에 다시 젖어든단다.
엄마가 우리아들하고 같이 짊어지고 고통도 같이 나누고 하고싶은데....
내일부터는 꼭 실천해보마.
엄마는 요즘 책속의 한자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어제도 한자들과 씨름하느라 이곳에 소식을 남기지 못했단다.
책 한권속에서 꿈틀대는 한자들이 징그러워서 가슴이 막힌단다.
이번주까지 음과 뜻을 다 토를 달아보려고 했는데
남아있는 분량이 너무 많아서 포기해버릴까도 생각하는데,
우리아들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까이꺼~~ 하면서 해야겠지?
병연이는 오늘 전국모의고사를 치루는 날이어서 걱정이 태산이라며 학교에 갔단다.
담임선생님께서
3월 모의고사 성적 순위가 1년을 결정한다고 하셨다는구나.
그 말씀에 병연이는 왕짜증을 내고 난리부르스다.
기록을 깨 엎으라고 충고했는데,
내말은 귓전을 스치는 바람인가보다.
공부도 별로 안하는 놈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왕창받는단다.
'등불' 동아리 모집을
신비주의에 의한 광고와 지의 말솜씨로
40여명의 1학년 신입회원을 모집했다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병연이는 공부보다는 이런 이벤트에 관심과 재능이 있나보다.
석영이는 벌써 등불에서 탈퇴를 했는데
그런 비 적극적인 석영이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또 투정이구나.
화이트데이가 되니
사탕사주고 석영이 비위 맞춰주고 해야 하는것이 번거롭다는 구나.
그래서 심각히 생각해봐야겠다고 또 엄살을 부리더라.
요즘 병연이의 생활이란다.
아빠는 오늘도 저녁을 풀 코스로 즐기(?)신단다.
오늘은 전입선생님들이 한상 쏘는 날이래.
그래서 엄마가 오늘 저녁도 운전사 해야된다.
우리아들은 훈련일정에 조금이라도 적응이 되었는지?
씩씩하게 잘 하고 있지?
좀 못하더라도 마음 느긋하게 먹고
상급자의 채근에도 마음 느긋하게 대처하는 여유를 갖거라.
몸이 고달플수록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다.
우리아들 힘내서 오늘 하루를 이겨보자.
엄마는 또 점심먹고 한자들과 한판을 겨뤄야겠다.
내일 또 만나자.
내아들 정병섭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