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연대 7중대 4소대 197번 정병섭에게(8호)
병섭아
순천에는 이제 봄인가 보다.
봄비가 내리고 나더니 기온이 올라가서 한결 봄이 가까이 온것같다.
오늘아침
베란다에 있는 연산홍이 한송이가 막 필려고 꽃망울을 터트린걸 발견하고
봄이오고있는걸 실감했다.
우리집 어질러진 베란다를 어제 아빠랑 쪼끔 광나게 치웠어.
화분대를 거금 28만원을 들여서 맞춰다가 석부작들을 죽 늘여놨단다.
우리집 베란다에 온 봄이 병섭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봄으로 적셔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아들 편지 받고 아주 조금 훌쩍거렸단다.
우여곡절을 격으며 적응하고 있을 우리아들이
아주 잘 있다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보내온 편지의 횡간을 읽어내며
아주 조금 울었다.
엄마도 잘 적응하고 있다. 우리아들이 군인이 되가는 것처럼
군인 엄마가 되가고 있단다.
우리서로 잘 해보자.
지난번 병연이가 돌려놓은 TV에서
너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어떤 남자그룹이 부르더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내 아들을 본 것처럼 반갑드라.
너로 인해서 파생된 것 모두가 소중하다.
병연이는 전화를 가지고만 다니지 말로는 통화를 못한다더라.
전화기가 고장이 나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온 식구가 바쁘다보니 서비스센타에 가져가기가 영 쉽지가 않아
그냥 문자폰으로 폼만재고 다닌단다.
그래도 전화기 생겼다고 아주 좋단다.
어제저녁 '봉달희'가 끝을 내버렸단다.
너의 생각대로 봉&안이 아주 좋은 결말을 이뤘지.
손가락이 다섯개인 안중근이
팡팡거리고 날리는 '한방멘트'를 이젠 듣지 못하겠구나.
아빠에게 날마다 퇴근하면서 날려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병연이가 하는말,
엄마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함량미달이란다.
거울을 보고 아빠에게 주문을 하라고 하더라.
엄마마음은 청춘인데.....
전화할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그냥 순하게 흘러가는대로 하렴.
집착과 과욕이 마음의 평화를 깨트리는 주범이란다.
너가 상점을 못받아도 국토방위에는 이상이 없을거다.(^*&)
사람이 종교를 믿는게 그렇지않는 것 보다 좋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종교에 사람이 함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늘 자신이 사람임을 잊지않으며, 종교는 종교라는 것을 견지하거라.
엄마는 성당에 가서 천주교에 귀의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은데....
천주교나 불교가 더 철학적일 것 같아서 권해본단다.
종교를 가질려면 신중히 생각해서 귀의하기 바란다.
우리아들,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어서 오늘만 버티면,
내일 모래 이틀을 쉴 수있겠구나.
힘내거라. 힘껏 오늘을 즐겨보자.
내아들 정병섭 한번 안아보고싶구나.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