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풍경

사람과 기계

소띠여사 2008. 8. 16. 11:09

인류 발달사는 도구의 발달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한다.

인류를 도울 도구들은 어디까지 발달할 것이고,

그 도구들은 진정 인류에게 유용하기만 할까?

 

요즘 많은 차량에는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다닌다.

이게 초행길에는 그렇게 유용할 수가 없단다.

얼마나 유용한지 써 보지 않았기에 잘은 모르겠으나

지도를 펼쳐들고 찾아보는 번거로움 또는 즐거움은 없을 것 같다.

 

이곳 주유소에 들어 오는 차량 중에 거의 태반이 이 기기를 장착한 것 같다.

영업용, 자가용, 고급차, 경량차  하물며 오토바이까지 장착을 했다.

주유소에만 들어 오면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이 네비게이션에 무엇인가를 입력하느라고 분주하다.

어떨땐 이 운전자가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는지,

아니면 네비게이션에 무언가 입력 할려고 주유소에 들렀는지 심히 헛갈리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오늘 아침 주유를 하러 들어온 차량 풍경이다.

손바닥만한 화면에 깨알 같은 자막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틀어 놓고 온 가족이 열중을 한 모습이다.

과연 운전하는 아빠가 안전운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얼마 어치를 주유해야 하는 지도 건성으로 대답하는데 과연 운전에 집중 할 수 있을런지?

 

뒷 좌석에 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데

이 아이들도 만화에 쏙 빠졌는지 조용히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 깨알같은 글씨를 읽고 만화를 이해 할려면 얼마나 그 화면에 집중해야 할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목적지가 어디일지 모르나

'늘 오가는 길도 하루하루 달라서 그 길을 차창밖으로 내다보고 즐기는 맛을 그애들은 모르겠지'

라는 생각을 하자 그 아이들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창 밖을 내다보고 느끼는 느낌을 표현하며 가족끼리 대화하는 그 맛이 얼마나 좋으며,

두고두고 그날을 끄집어 내어 식탁의 반찬으로 삼을 수 있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리라.

 

사람들이 기계를 만들고 부리며 그 편리함을 만끽하다가

되려

기계에게 정복당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만화에 열중하던 그 가족은 이 어지러운 내 생각을 짐작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