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서로 믿고 사는 세상

소띠여사 2009. 8. 20. 13:29

한글 작문교실 수업을 위해 바삐 가고 있었다.

들판 한 가운데 길을 달려가는데 베낭을 둘러맨 남자 둘이 차를 세우라고 손짓을 했다.

뭔 급박한 일인가 싶어 차를 세우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선학마을까지 좀 태워다 달라고 한다.

차를 세운 곳에서 선학마을까지는 꽤 먼거리였고,

그 곳은 시내버스가 뜸하게 다니며, 논 길에는 아예 시내버스가 다니지를 않았다.

참 난감했다.

이미 해가 진 시각에 논길에 그 젊은이들을 그냥 놔 두고 가기도 마음이 허락지 않고,

그렇다고 태우고 가기도 겁이났다.

짧은 순간에 선택해야 했다. 일단 타라고 했다.

자신들은 울산에 살고, 군 제대를 했으며, 대학생이고, 25세이며, 무전여행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단다.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용산 전망대'라고 해서 찾아 가는 중이란다.

그 동네는 숙박시설이 없으니 잠자리는 어떡할 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동네에서 어떻게 해결 해 보겠단다.

내가 나가는 농주마을에 부탁해 보겠노라고 하며 데려갔다.

마을 어머니들께 설명을하고 부탁들 드리니 어서 오라고 반기신다.

다들 그 또래의 손주들을 두고 계신 터라

그 흔한 컵라면 하나도 준비해 오지 않은 학생 둘을 위해 밥을 해 주셨다.

아마도 꿀 맛이었을게다.

잠자리와 저녁밥을 해결하고, 다음날 아침 식사까지 보장 해 주신 어머님들의 친절이 고맙다.

 

그 학생들이 고마워 하면서 한 말.

뭘 믿고 자신들을 태워 주느냐고 하면서,

요즘 세상이 무서워서인지 두세대의 차들이 세우지도 않고 가더라고 했다.

또 순진한 어머니들이 겉모습이 손주 또래의 학생으로 보이니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했는데,

만약 진짜 순수한 여행객이 아니라면?

집에 와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외국영화나 번역 소설에 낭만적으로 나오는 히치 하이킹.

우리의 청소년들도 낭만에 젖거나 아니면 고생을 사서 하는 무전여행을 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고생을 사서 하면서 낭만과 나라 곳곳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껴 볼 수 있고,

어른들은 그런 청소년들을 약간씩 도와주면서 자신의 청소년기를 추억 해 볼 수있는

서로 믿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