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병연아
오늘 순천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는구나.
언제부터 내렸는지 일어나 밥하다 보니 비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우리아들은 비가 오면 훈련하기 힘들텐데 그곳은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엄마는 이렇게 비가 오면서 산들을 뒤덮는 비안개가 그려내는 동양화 같은 풍경을 참 좋아한단다.
우리아들은 평소 뭘 좋아했을까?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우리 아들들의 기호를 모르겠네.
어제 엄마 친구들 모임에서 아들들 편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할 말이 없더라.
너희들은 특별히 좋아한다고 주문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싫어 한다고 안먹고 떼 부리지도 않았기에
그냥 엄마가 하기 쉽고 하고싶은 음식들만 만들어서 식탁에 올린통에 할 말이 없더라.
너는 버섯의 들척지근한 맛만 싫어했지?
어제 저녁에는 늦은 밤까지 전화통화 이벤트에 응모하려고
인터넷 뒤져서 사진 각색하고, 네가 좋아했던 노래 어느 산골 소년이야기도 배경음악으로 깔고
엄마 실력으로 장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는데 막상 이곳 카페에 올릴려고 하니 도통 글을 올리 수가 없네.
어디까지가 엄마의 한계인지 벽앞에서 난감했다.
그냥 순탄하게 전화 통화하는 날까지 참자.
너도 그래 줄거지?
목소리 못 듣는다고 우리아들과 엄마가 교감할 수 없지는 않겠지.
너도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엄마도 아빠도 잘 지내고 있으니
아빠의 인생 모토 - 무소식이 희소식이여!- 대로 우린 서로 잘 지내리라 믿으면서 살자.
옆 동료들이 전화 찬스 잡아서 전화했다는 소식에 마음 흔들리지 마라.
전화찬스 잡은 동료보다 못 잡은 동료들이 더 많잖겠니?
많은 쪽이 좋은 쪽이여~~~
어떤 어머니 편지글을 살짝 들춰보니 아들 변비 걱정도 했드라.
우리아들도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최고의 건강한 삶인데
우리아들 느긋하게 맘먹고 물 많이 마시며 생활해서 변비는 퇴치시켰으면 좋겠다.
네가 집에 온다고 연락이 오면 마트에 있는 우유는 우리집으로 다 옮겨 놓을께.
우유먹고 싶어도 좀 참고.
훈련으로 힘들어도 좀 이겨내고,
동료들과는 마음으로 연대하고,
교관들과는 눈빛으로 교감하며
3주차 훈련 힘차게 시작하거라.
오늘이 월요일이니 눈 깜짝을 다섯 번 하고나면 지나가겠구나.
엄마아들 정뱅 힘내라. 사랑해.
2010. 2. 8.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