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21. 23:54
병연아.
오늘 이곳 날씨는 진짜 봄날처럼 따뜻했단다.
그곳도 좀 따뜻했니?
우리아들이 훈련 마지막 주를 준비하면서 푹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오늘 아빠와 엄마는 무척 바쁘게 움직였단다.
제삿장 보고, 다듬어서 할머니댁에 갔지.
오후에는 외할머니 고추 밭에서 고춧대를 뽑았고, 얼마나 힘들던지.
또 주암리 감나무에 거름도 뿌려 줬단다.
다음주에 우리아들 면회 갈 수 없으면 또 감나무 밭에 거름을 뿌려주러 가야해.
지난 가을에 했으면 봄맞이가 좀 수월했을텐데, 미루고 미루다 바쁘게 생겼다.
우리아들이 집에 있었으면 아주 시원하게 안마를 해 줬을 것인데
엄아랑 아빠가 번갈아 가면서 전기 스팀기를 허리와 등에 대고 휴식을 취하고 있단다.
오늘은 특히 더 아들의 부재로 가슴아파(ㅎㅎㅎㅎ)지게 만든다.
푹 자고 내일부터 다시는 네게 돌아오지 않을 훈련병의 마지막 한 주를 힘내서 거뜬하게 이겨내자.
늘 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슬기롭게 매사에 대처하기 바란다.
훈련병은 초등학교 입학해서 3, 4월의 학생, 즉 무엇을 해도 선생님이 보듬어 안아주는 시기가 아닐까한다.
자대배치를 받으면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해야하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학생 시기로 접어 드는 시점이겠지.
이제 한 주가 지나면 진짜 군인이 되는 시기이니
힘들수록 더 느긋하게 네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겨내는 너 자신을 소중히 사랑하는 엄마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아들 정뱅. 힘내라. 사랑해.
2010. 2. 21.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