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연에게
병연아
곧 사월인데도 강원 영동지방은 대설주의보라며 많은 눈이 내리니, 봄이 오다가 어딘가에 들러서 놀다오는지 수색조를 보내야 할까보다.
우리아들은 협조해 주지 않는 날씨와 더불어 처음으로 맞닥뜨린 생소한 업무마저 더 힘들게 해서 어떡하니?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기쁨과 설렘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새로운 환경이나 업무 등은 미숙함과 미적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짜증, 자괴감 등으로 힘들게 한단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하나의 과정으로서 누구나가 겪는 작은 마음고생들이란다.
난 모든 것에 완벽해야 한다는 아집을 버리고
난 평범한 인간이라서 실수할 수도 있고, 좀 더딜 수도 있는데
그러나 꼭 해낼 수 있는 의지는 있으며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잘 헤쳐 나가는 지혜를 키워보기 바란다.
천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재지만 뭔가 빨리 배우고 습득하는 이점이 있을 뿐 사람들 틈에 섞일 수 있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베테랑은 단시간에 이를 수 없이 많은 시간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사람들 틈 속에 섞여 있는 우리들 중의 한 사람 한 사람이란다.
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너도 모자에 작대기가 하나 씩 보태지는 것과 같이 업무적 능력도 쌓이게 될 거야.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거라. 너도 머지않아 베테랑 행정병이 될 수 있단다.
힘들다는 아들을 엄마가 가까이서 마음에 닿는 위로를 해 줘야 할 건데 늘 해소되지 않는 입말로만 하는 위로를 해서 미안하구나.
동봉하는 과자는 동료들과 나눠먹고, 따뜻한 차도 한 잔씩 나눠 마시려무나.
그리고 [노인과 바다]는 음미하면서 읽어 보렴.
너는 지금 바다에 배를 띄우고 낚시를 떠날 채비를 지루하게 챙기는 시간일 지도 모른다.
빨리 바다로 내 달리고 싶은 욕망으로 똘똘 뭉쳐서 자칫 허술하게 채비를 해가면 낭패라는 것을 낚시를 해 본 너의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지?
인생도 마찬가지야. 진짜 바다에 배를 띄우기 전에 꼼꼼하게 채비를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너는 지금 체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시기라고 여기고 잘 준비할 시간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금의 고단함을 좀 더 수월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구나.
내가 네 나이 때 고전이나 명작을 읽는 눈이 넓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요즘들어 많이 한단다. 꼭 고전이나 명작 또는 사상서가 아니라도 좋다. 많이 읽고 너의 사고들을 넓게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해라.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사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에게 알 수 있는 것을 가장 쉽게 제공하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짬짬이 독서하는 군인아저씨가 되 거라. 아마도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거야.
서해에서 스러진 아들들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 뉴스를 볼 때마다 분노와 미안함으로 눈물 흘린다. 우리아들의 무사에 감사한다. 늘 조심하면서 지내 거라.
2010. 3. 29.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