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웃녘 나들이 1

소띠여사 2010. 5. 14. 09:19

고종 사촌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웃녘 나들이를 했다. 서울 길이 막힐 까봐서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섰다.

어버이날이라서 잠깐 집에 들러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고속도로를 씽씽거리며 달렸다.

 

결혼식장까지의 길라잡이로 현숙이에게 네비게이션을 빌려서 가는데 계속 띵띵거리며 되돌아가라고 길잡이를 해 댄다. 주인이 입력해 놓은 주암으로 되돌아가란다. 기계치인 우리부부는 공주까지 다 가도록 네비녀에게 시달려야 했다. 큰아이가 네비녀를 다스리기까지.

 

상행길은 차들이 비교적 제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었는데 하행길은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부터 밀리는가 싶더니, 경부고속도로 쪽으로 올라가니 꽉 막혀서 심란해 보였다. 상행선을 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차량정체, 평소 전 국토의 도로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도로 신축에 대한 생각을 제고해봐야 할 정도라는 생각도 해 본다.

 

결혼식 참석을 끝내고 우리가족은 잠실로 향했다. 기아와 LG의 주말 삼연전 중 2차전을 보기위해서. 남편은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나가서 잠실로 가자고 했고, 나는 그냥 내비녀에게 물어서 가자고 했다. 내비녀를 따라서 가기로 했다. 내비녀를 선택한 것이 최대 실수였다고 투덜거리고 구박하는 남편과 막히는 길과 정신없이 끼어드는 차량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부아를 삭히기가 매우 어려웠다. 남편은 서울에서는 절대 절대 절대 못 살겠단다. 요런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사냐고 도착할 때까지 계속 투덜거렸다.

 

1회가 끝나고 나서야 도착한 야구장에서는 그야 말로 흥분의 도가니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짜디짠 닭날개와 맹맹한 김밥을 먹으며 으싸으싸 응원가를 부르고, 벌떡 일어나서 환호하고, 아~하며 안타까워하고.... 야구장의 생생한 활력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심판의 판정이 응원팀에 불리하다 싶으면 아저씨~~~를 불러 대고,

1루 견제구에 기아는 아야, 아야, 아야 날 새것다를 LG는 떽, 떽 앞으로 던져라를 합창한다. 이런 흥겨움과 해학을 야구장에 가지 않고 TV앞에서 어찌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인가?

 

최희섭의 만루포에 환호하고 불안한 투구로 강판당하는 로페즈의 불편한 심사에 동감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계투되어 앞 투수의 1승을 말아 먹고 타자들의 도움으로 1승을 챙긴 김희걸의 머쓱함, 의외의 윤석민 마무리에 모두 놀라는 옆좌석의 고급(?) 관중들의 탄성에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의 머쓱함에 살짝 부끄러워하고~~~

야구장은 유쾌 상쾌 통쾌한 곳이다. 기아가 이겼을 때. 기아가 졌을 때는 유쾌, 상쾌까지만.

잠실구장이 기아의 홈인냥 노란색 응원 방망가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물들이고 있고, 하물며 LG응원석 뒷좌석까지 당당하게 점령(?)하는 기아팬들의 열광에 놀랐다. 정말 야구장에는 가 볼 일이다. 어버이날 선물 삼아 용돈을 쪼개서 티켓팅해준 큰아이에게 감사한다.

 

남녘 변방의 촌놈들에게는 서울잠실이라는 곳으로의 입성도 무자게 어려웠지만, 탈출도 무자게 어려웠다. 온나라의 차들이 모두 몰려 나온 것 같은 착각에 휩쌓일 정도로 온 도로에 쫙 깔려 있는 차량들의 습격으로 내비녀는 목적지 도착 시간을 계속 뒤로 뒤로 수정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