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식구 房

우리 베란다가 달라졌어요

소띠여사 2011. 4. 2. 10:38

 

내가 꾸민 풍란 그네.

주방에서 걸그적 거리던 선반을 떼어다 옷걸이로 메달아 풍란에게 그네를 만들어 주었다.

 

 

 올해 내 목표는 풍란 다섯분을 우리집으로 모셔오는 것.

벌써 두분은 모셔왔고~~~

 

         주로 접치 계곡에서 남편이 등짐으로 옮겨온 돌에 붙인 풍란이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입들이 얼어 힘겨워 한다.

 

 

    역시 베란다는 이렇게 질서있고 청소가 되 있어야 하겠지.

    어질러져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안 나가보는데 청소해 놓고는

    아침저녁으로 나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산다.

 

          풍란 목부작과 아젤리아의 동거.

          지지난 봄에 소품 아젤리아를 사다가 옹이부분에 심었더니 까딱까딱 살아나서

          올해는 꽃을 두 송이나 달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마삭까지 너절하게 엉켜있었는데 내가 가위를 들고 과감하게 마삭을 보내버렸더니

          이렇게 이쁠수가~~~

 

 

 

    저녁에 새가 한마리 들어와서 자고는 날마다 새벽 5시 반쯤에 짹짹거리고 날 깨운다.

    그래서 먹어 보라고 사과 반쪽을 화분위에 올려 놨는데 며칠이 지나도 한 입도 먹은 흔적이 없다.

    우리 베란다에 먹거리도 없는데 날마다 방문해 주는 새가 고마워서 보인 성의인데

    새는 싫나 보다.

 

   내가 더 이상 치울 엄두가 안 나는 것들~~~

   창고로 이사를 보내면 좋겠지만 창고 문앞까지 버티고 있는 화분들 때문에

   손 쉽게 쓸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나의 사랑을 듬뿍받는 내 풍란 정원.

          메달아 놓은 것들은 다 내 작품.

 

   흙과 마사토와 낙엽들로 덮여 있던 타일바닥이 맨살을 드러내 놓고 있으니 요염해 보이기 까지~~~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을 누가 알랴?

 

    치워버리고 싶지만 치울 수 없어 그냥 그대로 놓아 둔 애물~~~

 

  동향집 베란다에서 사느라 늘 햇볕이 고파서 웃자라 버린 서향.

  그래도 해마다 꽃을 피워서 날 제 향기에 취하게 한다.

  이런 화분들에게 짠하고 미안한 마음에 주택살이를 열망한다.

  언제쯤 화분들과 남편과 내 소원이 이루어 질까?

 

        베란다 구석 바닥에 쳐박혀있어도 제 소임을 다 하고 싶었는지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우니 예쁘다고 화분대 윗 상석에 모셨다. 나의 간사함이여~~~

 

     나의 나르시지즘~~~

     내가 만들고 꾸민 것들은 특별하다.

 

    우리 집 옆 '높은 집'이라는 보양탕 집이 있는데 가끔 남편과 저녁밥 짓기 싫은 날 들르는 곳.

    이집 정원에 노란 국화꽃처럼 핀 이 꽃이 너무 예뻐서 주인장 몰래 한 가지 꺽어 와서

    꺽꽂이로 늘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인데 바깥 화단에서는 봄에서 여름까지 피고지고 또 피고 지던데

    우리집에서는 꽃 피우기를 한 번으로 끝낸다.

    이 분은 재차 꺽꽂이로 늘린 분으로 언니집에 옮겨 줄 요량으로 모양을 만들고 있는 중.

 

   석곡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대를 달았다.

   고맙고 이쁘다. 너의 향기를 기다리는 재미로 봄을 맞고 보내마~~~

 

    친구가 준 긴 이름의 외국화초.

    겨울 추위에 무성하던 잎들이 냉해를 입어 손질해 줬더니 초라하게 뼈대만 남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커다란 주머니를 달고 꽃이 피기를 간절히 부탁해 본다.

 

 

     난 사람 이름도 꽃 이름도 기억하는 것이 힘들다.

     '0 0 사자'라는 이름의 좀 비싼 풍란. 단엽에 위로 치솟는 기풍이 사자 갈기를 보는 듯 힘차보인다.

     올해 우리집에 둥지를 틀었다.

 

      위와 같은 품종으로 작년에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