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금목서 향의 갈증

소띠여사 2011. 9. 30. 11:12

 

 

가을이다.

정녕 가을인가보다.

밖에만 나서면 이곳저곳에서 풍겨오는 금목서 향이 '가을이야'하고 말하는 듯 하다.

 

달콤하고 향긋하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금목서 향은 사랑스럽다.

그 사랑을 독차지 하고파서 숨을 크게 들이쉬면 곧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향긋함은 내 코만 살짝 자극할 뿐 오래 머물지 않고, 달콤함은 내 혀끝에 와 앉지를 않는다.

고샅을 돌고 돌아 내게 오는 금목서 향기는 늘 내게 갈증을 느끼게한다.

 

올 가을은 더욱더 금목서의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날 목마르게 한다.

내안에 가둬두려하면 할 수록 멀어지고,

무심히 잊을 만 하면 다시 내 코끝에 와서 날 찾아 보라고 유혹하는 꽃향기.

잡히지 않는 그에게 짜증을 낼 수도 애원을 할 수도 없어 무기력해진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어느 골목 어느 집 뜰에 서있는지 찾을 수 없는데,

한줌씩 뿌려대는 그 향기의 갈증에 코끝만 벌름거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맘이 무겁게 내려 앉는다.

 

왜이리 늘 가을이면 온 고샅을 돌고도는 향에 이렇게 안달하고 갈증을 느끼는지.

퍼득 정신을 차리고 내 맘을 본다.

이 갈증은 꽃향기를 빌어 아들을 향한 것일러라.

임용시험을 코앞에 둔 아들놈에게 향한 목마름일러라.

단박에 붙어 주기를~~

아들놈이 좌절을 맛보지 않기를 빈다는 마음 뒤켠에는 경제적인 자립을 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크겠지.

 

잡히지 않는 꽃향기를 쫒는 심정으로 역술원엘 들렀다.

참 부질없는 짓인줄 알지만 그래도 위안삼고자 들렀다.

이렇게라도 하면 무엇도 해 주지 않는 하늘이라도 움직이지 않을까해서 들렀다.

아들 잘 낳았다고, 참 잘 뒀다고 한다.

기다리면 스믈여덟에 만사가 술술 풀릴거라고 한다.

딱히 할 말이 없어 '아이가 잘 이겨낼까요?'라고 물으니

'씩씩하고 착한 성격입니다. 잘 이겨낼거예요.'라고 하신다.

위안삼아 오만원을 건네고 나왔다.

 

그집 대문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다시 금목서 향이 내 코끝을 건드린다.

입안에서 혀를 굴려보는데 달콤함이 잡히지 않는다.

다시 향기를 품으려고 코를 벌리고 배가 볼록 나오도록 숨을 들이켜 본다.

향기는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갈증은 계속된다.

이런 가을을 몇해를 넘겨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