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공부

우리동네 말 - 뻘짓

소띠여사 2011. 12. 27. 10:53

무심코 쓰는 [뻘짓]이라는 단어가 모든 동네에 통하는 줄 알았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참 다양하게 이 [뻘짓]이라는 단어를 쓴다.

 

밥상 차려 놓고 어서 밥먹으라고 하는데도 계속 컴터앞에서 게임을 즐기는 아들녀석에게

"야, 뻘짓 그만하고 어서 밥먹어"라고 하고,

업무중에 친구와 지극히 사적이게 장황한 농담주고받기 전화를 해도

"내가 지금 뭔 뻘짓하는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남편때문에 심사가 뒤틀렸는데 원인을 잘못짚은 남편이 아이들을 단속할때

"흥! 뻘짓거리하네"라고 속으로 콧방귀를 뀌기도 하고,

퀼트 조각을 열심히 이어 붙였는데 다 해놓고 보니 엉뚱한 곳에 붙여놓아서

"아이고 기껏 뻘짓했네."라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늘 일상으로 이 '뻘짓'을 하는지라 '뻘짓'이라는 단어도 아주 아낌없이 팍팍쓰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우리 동네에서만 통하는 어휘였나보다.

 

아낌없이 쓰는 단어 [뻘짓]을 사전적으로 설명하자니 딱 잡히는게 없다.

어떻게 설명을할까?

돋보기를 쓰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 국어사전에서 열심히 찾아도 없고

국립국어원 홈피에서 찾아도 없다.

컴터 검색을 하니 지식검색에 이렇게 나온다.

 

@@ 지식검색

뻘짓은 허튼 짓을 뜻하는 사투리 입니다.
뻘은 허튼의 전라남도 방언으로 뻘에 행동을 뜻하는 짓이 합쳐져 생긴 말이 뻘짓 입니다.

## 지식검색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표현.

시간을 떼우기 위해 자신의 일과 관련없는 일을 할 때 사용하는 표현.

 

[허튼]- 관형사

(명사 앞에 써서) '헤프게' '함부로' '쓸데없는' '되지못한'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허튼맹세/ 허튼소리/ 허튼수작//

 

[쓸데없다]- 형용사

1. 쓰일 자리가 없다.//쓸데없는 물건/ 무식하면 지체가 쓸데없고 가문도 상관없다. // =소용없다.

2.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소리/ 쓸데없는 고집 작작 부려라//

 

@@ 지식검색에 답을 올린 분이 [뻘짓]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나보다.

내가 쓰는 [뻘-]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부합한다.

 

작은놈이 TV를 보다가 예쁜 여자애가 귀염을 떨면

"엄마 우리집엔 여동생이 필요해, 지금이라도 한 명 낳으면 안될까?"라고 할 때

"얌마! 뻘소리하지마"

주유하러 온 운전자들이 심한 농담따먹기로 날 희롱하려 할 때

절대 그들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고단수의 노하우로 한 방 날려버리곤

속으로 희죽 웃으며 "뻘수작 마슈"

시험에 붙지도 않고 교사로서의 포부를 장황히 펼쳐 놓는 아들놈에게

"뻘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무궁무진하게 이[뻘-]이라는 우리동네 관형사는 쓸 곳이 많은 어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