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의 여행

동풍서풍

소띠여사 2015. 4. 29. 11:26

동풍서풍

                     펄 S. 벅 지음, 박혜선 역, 길산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 6꼭지 사랑에 대한 작품으로 이 책 동풍서풍을 읽었다.

중국에서 오래 살았고 중국을 이해하고 사랑했다는 작가 펄 벅 여사의 작품이라서 반갑기도 해서 단숨에 읽어 제꼈다.

아마도 부드러운 문체와 동양을 묘사한 내용이라서 쉬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강신주씨에 의하면 사랑은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한다.

 

정말 소설 속의 주인공인 궤이란은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변화 시킨다.

미국에서 서양 의학을 전공하고 온 남편은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낡아 빠진 구시대의 유물로서 모두 서양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약혼한 사이인 궤이란을 신부로 맞아들이기는 하나 첫날부터 신부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아내에게 자신이 이끄는 대로 서양 문물을 받아 들이고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생활을 개조하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변화할 것을 주문한다.

궤이란의 어머니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따라 남편이 원하는 것을 따르면서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어머니는 서양을 인정하여서가 아니라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에서 남편을 따르라는 충고를 했지만,

궤이란은 서서히 서양의 문화에 수긍하면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

궤이란의 오빠는 미국 유학 중에 만난 미국 여성과 결혼하여 귀국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장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미국인 아내와 삶을 새 삶을 선택하여 사는 것을 보고 사랑의 위대함에 놀라워 한다는 줄거리이다.

 

강신주씨는 궤이란의 남편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궤이란은 사랑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변화시키지만,

그녀의 남편은 궤이란의 변화만을 요구한 채

정작 자신은 궤이란을 이해하려하거나 자신도 아내에 맞춰 변화 할 마음이 없어서

정말 사랑이 뭔지 모르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동양과 서양을 생각했다.

서양은 문명이고 동양은 미개라는 등식,

서양은 가르치는 자이고 동양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자라는 등식,

서양은 선이고 동양은 악이라는 등식,

궤이란의 남편은 부부가 동등하다는 말로 궤이란의 세계를 뒤흔든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동등하지 않았다.

그는 남편에게 사랑 받아야 한다는 절박한 궤이란의 동양적 사고를 먹잇감 삼아 그녀를 길들이는 사육사에 지나지 않았다.

동등하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한발짝씩 다가서는 것으로 그 골을 메우는 것이지

어느 한쪽 만을 움직여서는 동등해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선교사의 딸로 중국에서 청소년기와 청춘기를 산 작가 펄 벅 여사의 인식이 그녀의 처녀작에 오롯이 투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세기 전의 인식이 지금도 동서양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