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房

가을편지

소띠여사 2006. 8. 24. 11:43
(1)
    호수 - 정 지 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2)
    사슴 - 노 천 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에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3)
    국화 옆에서 - 서 정 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4)
    - 효종대왕 청석령 지나거다 초하구 어디메오 호풍도 차도찰사 궂은 비는 무삼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다 님계신 데 보낼고.
  


(5)
    광야 - 이 육 사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부분)
(6)
    청노루 - 박 목 월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7)
    북청 물장수 - 김 동 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 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최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8)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 영 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얕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9)
    제위보 - 소악부 가요 빨래하던 냇가 버들 아래에서 흰말 탄 임과 손잡고 정 나누었네 처마 끝에 내리는 석 달 장마라도 내 손 끝에 남은 임의 향은 씻지 못해
(10)
    오관산 - 소악부 가요 나무로 새긴 작은 당닭 한 마리 벽 위에다 붙여 놓았네 그 닭이 꼬끼오 홰치며 울 때까지 어머님, 길이길이 사시옵소서
  


(11)
    서 경 - 소악부 가요 바위 위에 구슬 떨어뜨려도 구슬 끈이야 긇어지겠는가 천 년 동안 임과 이별해 산다 한들 임 향한 단심이야 변함 있으리
(12)
    정과정 - 소악부 가요 임 그리워 날마다 눈물 젖으니 이 마음 봄 산의 접동새와 같다. 옳거니 그르거니는 묻지를 마시오 지는 달 새벽 별이 내 마음 알리다.
(13)
    헌화가 - 향가 짓붉은 바위 가에 잡고 가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꺽어 바치겠습니다.
(14)
    마음의 태양 - 조 지 훈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리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부분)
  


(15)
    가을빛 - 박 형 준 호숫가에 발을 담그고 나란히 앉아 있었죠 잔잔한 물결 위에 날개를 펴고 죽은 잠자리 그물망에 맺힌 가을빛 가만히 바라보며 앉아 있었죠 물결 위로 떠가는 불꽃 속에서 여행을 하였죠 호숫가에 나란히 앉아 발을 담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