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김경호
가슴깊이 묻어도
바람 한 점에 떨어지는
저 꽃잎처럼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
돌아갈 수 있을까
날 기다리던 그 곳으로
그 기억 속에 내 맘속에 새겨진 슬픈 얼굴
커다란 울음으로도
그리움을 달랠 수 없어
불러보고 또 불러 봐도 닿지 않는 저 먼 곳에
빈 메아리 되돌아오며
다 잊으라고 말하지만
나 죽어 다시 태어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람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의 두 눈이 먼다 해도 난 그래도
그 한 번을 택하고 싶어
가슴깊이 묻고 있어도
바람 한 점에 떨어지는
저 꽃잎처럼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
떨어진 꽃잎처럼
세월이 갈수록 더 가슴 깊이 묻히고 눈물이 나는 이름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나의 어느 때 쯤부터 내 기억 속에 존재했을까?
목에 목도리를 둘러 주며 손잡고 영화관에 갈 때 시민다리를 건너며 추울까봐 다시 옷깃을 여며주셨던 일이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백열전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해서 방안을 환하게 해 주셨던 기억.
아버지를 떠 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은
늘 저녁마다 책가방을 챙겨주시고, 연필을 깍아서 가지런히 필통에 넣어 주시던 기억.
엄하고 어려운 아버지 보다 늘 다정다감했던 아버지.
등 너머로 바둑을 배우며 어른들 주위를 부산 거려도 책망하시지 않았던 기억.
늘 형제들에게 바둑과 오목을 즐겨 두어 주셨던 기억.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굳이 낫을 들고 나가 손을 베고 집에 갔을 때
불같이 화를 내셨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던 기억.
겨울이 오면 서까래 밑에 보관했던 신우대를 다듬어서 연을 만들어 주시고,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만들어 주시던 기억.
내가 스므살 방황하던 때 불같이 역정을 내셨던 그 때로 다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진심으로 사죄할 수 있을 텐데.
늙음과 마주서서 힘들어 하시며 붓글씨 쓰기로 맘을 달래실 때,
그 때로 다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정말 당신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드릴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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