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房

어신을 만나러~~

소띠여사 2006. 5. 29. 00:22

언제나 낚시를 갈때면 오늘은 어신을 만나 뵙겠지를 믿어 의심치 않고 부푼마음으로 간다.

 

놀래미를 들고 올 수 없을 정도로 한바구리를 건져 왔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아무리 낚시대를 드리워도 만날 수 없는 감성돔이 아닌 놀래미를 잡자고 낚시 채비를 했다.

 

지난번 해먹은 낚시대와 릴을 거금을 들여 새것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준비 못한 구명용 낚시 조끼도 한벌씩 준비하고 감생이 대신 놀래미를 아이스박스에 한가득 담고 오겠노라고 들뜬 마음으로 출정을 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대충 아침을 먹고 낚시점에 들러서 밑밥과 미끼를 샀다. 놀래미를 잡으러 간다고 자랑자랑했는데 낚시점 아줌마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섰다. 고흥 용암방파제를 향하여....

일찍 길을 나섰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여~가 아닌게비여"를 두번이나 한끝에 확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용암마을과 만났다. 절경이었다. 우리 아들을 데려 오지 않은게 정말 아쉬웠다. 이렇게 아름다운곳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고놈은 잠을 자고 있다니....

 

 

낚시채비

 

배삯을 3만원이나 드렸는데 고작 배는 3분도 타보지 못하고 방파제 바로 앞 똥섬에 내리란다. 고압전신주가 무섭게 우릴 압도하는게 영 마뜩찮다. 이런 절경 속에서 하필이면 전신주가 떡 버티고 있는 섬에 내려 주다니....

선장님- 이곳만한 포인트가 없단다. 감성돔, 우럭, 도다리, 놀래미, 등등 우리가 알고있는 물고기 이름은 다 대신다. 무진장 나온단다. 속으로 피~ 하면서도 기대가 크다.

큰 기대 만큼 마음도 바쁘다. 남편이 날 보고 사진같은 거 찍지말고 빨리 낚시채비나 하라고 핀잔을  준다.

 

 

남편은 어신을 만나고자, 나는 바구리를 채워 줄 놀래미를 만나고자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웠다.

언제쯤 찌가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할까?

 

 

보이는 곳곳에서 오늘도 한수를 꿈꾸는 조사님들이 바다속 어신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저분들 중 어느 분이 오늘을 장식할까?

내가 잡은 고기를 대신 들고 모델이 된 남편

 

낚시대를 드리운지 얼마지 않아 남편의 낚시대에 신호가 왔다. 정말 물속에 놀래미 밭이라더니 그만하면 괜찮은 씨알의 놀래미가 우리와 인사를 한다.

야호~ 오늘이 날인갑다!!!! 기쁜맘에 주위 경치를 감상하면서 찌를 못본 나에게 남편이 소리친다. 빨리 챔질하라고.

뭔가 쑥 들어간다. 잡아 끌어도 당겨오지를 않는다. 속으로 또 여에 걸렸나보다고 생각한 순간 바다속에서 힘차게 움직이는 느낌이 전해온다.

"으앙 내 낚시대에 고기가 물렸나봐." 내 낚시대의 휘어짐을 보더니 남편이 감성돔이라고 한다. 설마. 고기도 보지 않고 뜰채를 가지러 간다. 정말 물밖으로 고개를 내민 놈이 감성돔이었다. 그토록 한번 잡아보고 싶은 감생이를 보자 내 맘이 바빠졌다. 내 눈앞에서 줄을 끊고 달아나 버릴 것 같은 불길한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어서 뜰채속으로 고놈이 순순히 들어와 줘야 할 것인데...

 

뜰채를 막 내리려는 순간 남편이 경악을 한다. 뜰채가 부식되어서 떨어져 버린것이다. 이일을 어쩐다냐. 요즘 애들 말로 '대략 난감' 이다. 그러나 어쩌랴. 절름발이 뜰채라도 써야 할 판이니... 그래도 뜰채의 역활은 거뜬히 해주었다. 우리가 마련한 최초의 뜰채인데 꼭 큰고기를 잡을 때마다 가지고 나가지 않아 옆 조사님들의 뜰채 신세를 져야 했던, 별로  고기를 떠올릴 일이 없었던 뜰채가 마지막 열정으로 고기를 담았다.ㅎㅎㅎㅎ

 

37센티짜리의 준수한 감생이.

부풀고 들뜬마음에 오늘은 박스가득을 외치며 낚시대를 던지고 던지고....

우리의 낚시대에 물려 올라오는건 복쟁이와 불가사리 뿐이었다. 지겹게 잡고 또 잡고.

 

<미운놈들> 별과 복쟁이

 

 

썰물 후 생긴 바위틈 웅덩이에 놓아 줬더니 좋다고 살살살 헤엄까지 친다.

 

지가 더 부아가 난다고 배를 부풀리며 '복복복'하고 소린친다.

아름다운 용암리 앞바다 전경

 

 

한 폼 찰칵

 

 

물이  다 밀려난 바위엔 톳과 미역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이 찌가 복쟁이의 방정맞은 입질이 아니라 무겁게 쑥~ 잠수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성돔 한마리와 조우 한 후 계속 복어하고만 놀았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간짓대'와 다른 많은 것들을 들고 배에서 내려서 무슨 행사를 하러 왔나 보다고 생각했다. 조금있다가 보니 소풍을 나오신 것이었다. 간지대를 낚시삼아 바다에 드리우신다. 뭘 잡을까?

놀래미를 잡으신단다. 미끼가 '청개미' 즉 청 갯지렁이란다. 으아아악~~ 놀래미는 새우는 싫어하고 청개미를 좋아한다니. 아니 이럴 수가. 총알을 잘 못 가져왔다니. 낚시점 아줌마 미워. 미워. 미워. ~~~

 

지루한 낮 시간의 날물 시간이 지나고, 초들물에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우리의 어신님.

다시 한마리가 남편의 낚시대를 노크하고 남편이 반갑게 맞이했다. 나만 손맛을 봐서 내내 미안했었는데, 정말 축하해주고 즐거워 했다.

찍사의 잘못으로 잘생긴(?) 남편과 귀한 어신님이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남편을 따라 낚시에 졸랑졸랑 따라 다닌지도 어언 20여년이 되나보다.

끈기가 없는 탓에 낚시터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수준에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는 영원한 초보다.

영원한 초보 낚시꾼인 나의 첫 대물이다. 이야호~~~ 즐 만땅이다.

 

집에 오자마자 칼을 갈아 즉석 횟집을 차렸다.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쥑여준다고 할 밖에.

멀리 있는 큰아들 생각에 잠깐 목이메였는데, 다시 잊고~,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득한 회 한접시에 감성돔과 놀래미와 도다리가 차려지고....

불위에는 감성돔 뼈다귀가 허연 국물을 우리며 보골보골 끓는다.

친구를 불러 술 못하는 우리셋은 사이다를 따르고, 남편은 매화주를 따라 부라보를 외친다.

어신 만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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