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어떤 학생의 좋은선생님(?)상

소띠여사 2006. 11. 10. 10:25

나는 퇴근할 때 학교 앞 승강장에서 버스를 탄다.

자연히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귀와 눈을 곳추 세우고

그들의 행동과 말들을 엿보고 엿듣는다.

 

어제는

남학생 세 명과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 남학생들의 대화

한 학생이 스쿼시를 배우러 다니는데,

스쿼시를 가르쳐 주시는

" 선생이 졸라 좋아'라고 한다.

선생이 졸라 좋은 이유가

첫째는 스쿼시 학원비를 두달치를 카드로 결제하면서

학생의 엄마가 깍아 달라고 하자 얼마간을 깍아 줬다는 것이다.

둘째의 좋은 이유가 참 이유인데

일주일에 한번 아니면 두번 정도만 나가는데

자신의 엄마가 학원에 확인 전화를 하면

날마다 잘 나와서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를 아주 열심히 운동하고 간다고

거짓말을 해 줘서 아주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 무책임한 면도 있는 선생이란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엄마가 데리고 다닐때는

아주 열심히 자신을 지도해 줬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열심히 하든 말든 신경을 안쓴다는 것이다.

엄마의 확인 전화에는 아주 친절하게 거짓 보고를 해주는것은

졸라 좋은데,

정작 자신에게는 대충 대해 주는 것은 무책임 해서 좀 그렀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두 학생들은 한술 더 떠서 아주 부럽다고 한다.

학교 선생들이 그러면 얼마나 좋겠냔다.

순간 내 아들도 저런 생각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대화에서

선생님 이라고 하는 존칭어는 없었다.

존칭어 ~님이 사라져 버린 "졸라 좋은 선생"

내 남편을 위시한 학교의 선생님들은

이 아이들이 바라는 "졸라 좋은 선생"의 범주에는 절대 끼지 마시길....

 

너무나 어이가 없어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더니

버스에서 내리는 한 학생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내린다.

미소 지으며 쳐다보는 어른에게 인사도 할 줄 아는

보통의 청소년들이다.

언제쯤 철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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