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 감상

소월과 마야의 '진달래 꽃'

소띠여사 2008. 8. 18. 11:18


 

우리가 진달래 꽃을 말할 때,

봄 철 야산에 지천으로 피는 참꽃을 떠올리기 보다는

소월의 시

'진달래 꽃'을 먼저 떠올린다.

 

소월의 시 진달래 꽃은 우리의 대표적인 시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소월의 시를

4음보나 3음보의 율격으로

우리네 정서을 잘 표현해 주는 특징을 꼽는다.

 

어려운 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소월의 시, 특히 '진달래 꽃'은 가만히 암송하다 보면

가슴 끝이 저려오는 무언지 모를 슬픔을 자아낸다.

이러한 느낌이 카타르시스인지는 몰라도

그냥 차분하게 내 영혼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님을 그리워하는 여성화자의 목소리를 통하여 향토적 소재와 설화적 내용을

민요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민족적 정감을 표현한 시라는 분석도 있고,

의미구조상 님과의 이별에서 오는 비극적 삶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통적 시가를 현대시로 계승한 소월의 대표작이자 한국 시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달래 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진균은 ('소월의 시와 현대 가곡', 음악과 민족 12호, 민족학회편, 1978)

1연은 자기가 싫어 떠나는 님을 원망하지 않고 보내드린다는 체념을 통한 이별의 정한을 표현했고,

2연은 그러한 진정한 표현으로 깊은 산골 약산의 진달래 꽃을 전하며 님을 위한 축복을 표현하며,

3연으 희생적 사랑을 표현,

4연은 돌아서는 님을 결코 원망하지 않고 보내겠다는 이별의 정한을 극복한 것으로

소월의 '진달래 꽃'을 풀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는 이 시를 읽으면

님을 떠나 보내는 화자의 애끓는 심정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시어에서

떠나는 님에게 나의 존재를 부담지우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느낀다고 할까?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뽑히는 이별 앞에서도

이마에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강직하면서도 꼿꼿한 내면을 지녔으나

겉은 몹시 유연한

아름다운 전통여인을 떠 올리게 된다.

 

난 마야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얼굴도 예쁘게 생겼고,

노래 실력도 좋으며,

특히 당당한 그녀가 좋다.

록을 하는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는 것은 좋다.

 

마야의 '진달래 꽃'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신천지였다.

우리는 소월의 진달래 꽃을

소월이 음송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 당,후세의 비평가들의 이끌림대로인지도 모르지만-

민요조의 애절한 율격으로 읽어서

아주 내면이 강직한 순종적인 여인의 화자를 떠올리는데,

마야 노래 속의 화자는 신여성-현대여성이었다.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 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라는

마지막 구절도 절대 떠나는 님을 용서하지 못 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록의 음율도 우리 전통적 여인상의 화자는 아니었다.

 

<진달래 꽃>

            - 마야 노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댈 바라보며 살아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대 행복하게 빌어줄께요

내 영혼으로 빌어빌께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매정한 님에 대한 앙갚음과 도전보다는 체념과 양보,

님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 시켰다는

버리고 떠나는 님의 입장인

지극히 남성적 입장에서 쓰고 해부된

소월 시 속의 여성화자보다는

바람되어 그대를 맴도는

적극적인 여성화자인 마야를 응원하고 싶다.

낯설게 하기가 문학이라고 하였다던가?

오늘은 소월의 시를 낯설게 이해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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