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 房

여행용 가방

소띠여사 2012. 1. 16. 09:48

 

                                                                                           가방 앞면

 

                                                                                         가방 뒷면

 

처음엔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딸 수 있을 기세로 시작했다.

복병처럼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튀어나와 가방만들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서서히 날이 가서 딱 그날이 와 버렸다.

새벽 4시에 출발해야 해서 그날 저녁을 홀딱 세고 메달렸다.

등 근육은 결리고, 꼼짝 않고 앉아서 작업하느라 엉덩이까지 상처가 났다.

겨우겨우 완성했는데~~~

세상에 딱 하나 있는 여행가방이 영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도 남편의 홍콩여행길에 들려보내고 싶었다.

옷들을 챙겨서 넣으니 가방이 좀 작아서 베낭을 하나 더 챙겼다.

잠에서 일어난 남편이 신세벽 여행 시작을 하면서 짜증을 낸다.

어떻게 가방을 두 개나 들고 다니는 불편을 겪게 하냐는 것이다.

내게는 내가 만든 가방이 맘에 안든다는 핑게로 들렸고,

그동안 아니 그 저녁을 잠 한 숨 못자고 '미친짓'을 한 내가 한심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가방 하나로 쌀까?"라고 억지로 물었다.

"다시 싸 줘"라는 말만하면 여지 없이 가방을 다시 싸 줬을 것이다.

늦었다며 그냥 가겠단다.

광주에 가서 승용차를 다시 가져와야 되어서 그냥 암말안하고 따라 나섰다.

함께 할 일행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그들의 여행가방을 보니

메이커 여행가방으로 번쩍번쩍하게 들 챙겨왔다.

내가 만든 남편 가방이 정말 초라하게 보였다.

그냥 가슴이 아팠다.

내가 가방을 만들면서 투자한 돈에 조금 더 얹으면 까짓 번쩍거리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꽤 쓸만한 여행용 가방 하나 쯤은 살 수 있었을 것인데....

나의 미친짓에 대한 후회와 초라한 가방을 들고 뻘쭘 할 남편때문에

남편이 홍콩여행을 한 지난 주 내내 우울했다.

 

가방을 들고 돌아 온 남편에게

"미안했어, 초라한 가방을 들고가게 해서"라고 사과했다.

나의 맘 시달림을 알 수 없는 남편은

"다들 부러워 하던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대충 흘러가는 말로 딱 한마디한다.

그래도 난 아직 미친짓에 대한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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