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남긴 흔적
올 봄 꽃들은
모두들 한 걸음 빨리 와서
그만큼 빨리 우리 곁을 떠났다.
특히 벚꽃은 더더욱 그랬었다.
꽃마중을 준비할 새도 없이
한나절에 모든 꽃송이들을 터트려 놓고선
뒤따라 온 비에 휩쓸려 떨어져 내렸었다.
참 허망 없었고
못내 아쉬웠었고
…………
봄의 한귀퉁이를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린 기분이었었다.
그런데 그렇듯 바쁘게 쫓기듯 피었다가 스러진 벚꽃인데
그 떠난 자리에 버찌들을 알알이 남기고 갔다.
그 짧은 시간에 비에 쫓겨 가면서도
이세상에 다녀 갔었노라 흔적을 남기고 갔다.
2014년 봄 벚꽃처럼
허망없이 가버린 우리의 꽃들.
그 청춘들이 스러지며
이세상에 다녀 갔었노라 흔적을 남겨 달라한다.
자본의 상품이 아니었노라,
권력의 일회용 한 표가 아니었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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