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세월호 사고 망부가

소띠여사 2014. 6. 11. 10:45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제주 여행을 가다

세월호 사고로 아내와 이별한

정기상씨가 지은 추모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오늘 일과를 시작합니다.

 

세월이 가도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 잊지 맙시다.

제주를 향해 가던 세월호였습니다.

2014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민들은 잊자고 한 것 같지만

나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다리라 하더라도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개조의 대상도 되지 않겠습니다.

 

---정기상씨가 지은 추모시

 

시골 집 방에서 처음 만나 부모님 허락 하에

주안상 앞에 두고 머뭇머뭇 쑥스러워

얼굴 슬쩍 쳐다보니 긴 생머리 처녀 앞에 있네

어느새 내 짝인가 그리하여 인연이 맺어졌네

 

인연의 맺은 결실 즐거운일 괴로운일

있는 정 없는 정 알뜰살뜰 살아오며

금덩어리 두덩어리 순금으로 만들어놓고

인생에 재충전 재출발을 생각하며

모든 것 버려놓고 그 길을 타고 갔네

천천히 가도 되는 그 길을 따라 갔네

 

기도하며 보낸 시간 50여분 무거운 쇳덩어리 기우러져 가고

구조의 손길은 오고 있다는데 학생 일반 승객 침착하고

질서있게 준비하고 무언가의 지시를 기다리며

님에게 보낸 신호 안전하다 동그라미 수신호

기다린 게 잘못이라네 미리 탈출 못 시킨 게 내탓이라오

 

아! 왜 하필 그길 그 쇳덩어리에 탔을까?

바다에 떠 있는 그 황천행 배를

그게 바로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세월호라

대한민국 부조리의 합작품인 배인 것을

당신 혼자 가면 외로울텐데 같이가면 좋았을걸

싫으면 싫다하고 좋으면 좋다하지

떠나는 아침에 내 얼굴에 로션 흠뻑 발라주고

그렇게 떠나갔네

 

황천길 가는 배를 개조한 주인공은 어디가고

나 몰라라 하는 역대 현정부 책임자들

무책임한 그 바람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무고한 국민들만 님과 함께 먼길로 여행갔소

 

개혁한다 표달라 힘없다고 표달라

받고나면 나 몰라라 흐지부지 하 세월

후손들이여! 후에 조상들의 이 행위를

비웃지나 마라주소 책임회피 각종비리 당파싸움

그때 그 시절은 당연한 일이였다고

그때 그 시절은 국민들이 미개했다고

알면서도 못 바꾸는 내 자신을 탓하리라

 

떠나가신 님이여! 먼길 떠난 힘든 길을

다 내려 놓으시고 편히가소서

살아있는 우리들이 증인이 되고

두 금덩어리 잘 성장시켜

가신님의 한을 풀어 올릴테니

용서하소서 극락왕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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