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아들에게

소띠여사 2007. 7. 4. 10:57
 

우리아들.


비안개가 걷혀진 앞산 녹음이 참 아름답다.

바람도 불고 아직 기온이 오르지 않아 시원하구나.

엄마는 지난 일요일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하고자 하는데,

과락에 걸린 고전소설이라는 과목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구나.


그래도 김훈의 <남한산성>을 펼쳐들고 책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몇 장을 읽었는데, 문체가 사람을 잡아끄는 맛이 있어서 좋구나.

<칼의 노래>에서 받았던 그 힘찬 울림을 이 책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너의 생활이라는 것이 책 한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한가함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춰버릴 것 같은 너의 생각의 씨알들을 보충해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으로 책을 보냈으니 너도 읽고 나서 책 읽은 소감을 서로 나눠가져 보자.

<호밀밭의 파수꾼>은 참 좋더라.

엄마는 그냥 고뇌 없이 흘려보내 버린 사춘기 시절을 떠올렸고, 내 등 뒤로 흘려보낸 순수한 시간들- 붙잡고 싶은-을 회상해 본 책 읽기였단다.


미국 사는 엄마친구 기억하지?

이번에는 작은 딸이 왔단다. 그 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엄마랑 딸이 왔는데, 병연이랑 한번 만나서 저녁을 먹었거든.

병연이는 그 애가 부럽단다. 자유스럽고, 공부에 얽매어 있지 않고.... 하여간 부럽대.

그 말을 듣고 엄마가 많이 미안하더라. 그냥 많은 것이 미안했어.


군필자 2%가산점 부여 문제로 요즘 인터넷이 뜨겁더구나. 지난 일요일에는 TV에서 심야토론을 했는데, 딸만 둘을 둔 여자 국회의원이 나와서 반대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엄마도 그 아줌마 홈피에 달려가서 한소리 해줬다. 지들은 절대 모르는 내 아들과 내 심정을 토로하고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다. 딸만 둔 여자들이 이 땅의 아들과 그 부모의 심정을 알기나 하겠니? 그저 터진 입이라고..... 엄마는 지금 패미들이 싫어. 패미니스트의 ‘패’만 들어도 쫒아가서 패주고 싶다.


비가 그친 지금,

선선해서 참 좋다.

이 기분으로 쭉 하루를 보내고 싶구나.

우리아들도 상쾌하고 즐거운 맘으로 하루를 보내거라.

2007.  7.  4.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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