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6. 12:37

병연아

오늘은 놀토겠구나.

고3때처럼 쉬어 줘도 놀 수 없는 놀토.

그래도 직접 훈련이 없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거라.

사람은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 먹기 따라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기도하고, 여유로움과 바둥거림을 경험하기도 한단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지혜롭게 이해하려는 사고가

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군생활을 힘들지 않게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직계가족 군부대 배속에 대해서 아빠는 형에게 자문을 구해서 결정하기를 바란단다.

엄마가 아빠 부대에 가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양평은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하란다.

그만큼 아빠는 양평이 싫나보다. 많은 나이와 그 시대의 상황들에 접한 양평은 아빠의 기억에서

아주 나쁜 곳, 아주 싫은 곳으로 각인되어 있나보다.

엄마는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어림잡아 짐작만 할 뿐이고

그 때 그냥 자주 면회가지 못 한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엄마는 네가 견뎌낼 자신이 있다면 최전방 근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인생살이를 하면서 자신과의 대결이 가장 무섭거든.

그걸 극복해내는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어디서 군생활을 하든 자신과의 싸움-인내-를 배우고 익히지 않는 곳이 있겠냐마는

최전방은 더더욱 극기를 최고의 무기로 삼아야 하는 곳일것 같구나.

심사숙고하여 네가 잘 결정하기 바란다.

 

내일은 설 장을 봐서 할머니댁에 다녀올란다.

설쇠고 할머니 생신도 있고 제사도 있고 엄마는 2월이 바쁘다.

종종거리다 보면 우리아들 신병훈련이 끝나겠다.

계속 엄마가 지구를 빨리 돌리마.

엄마아들 정뱅 힘내라. 사랑해.

오늘은 우리아들 휴식 잘 하라고 달콤한 사탕처럼 사랑해.

2010. 2. 6.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