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5. 13:55

병연아.

 

우리아들이 쓴 편지 어제사 배달이 되었더구나.

씻지도 못했다니 내무반의 공기가 심히 걱정 되었다.

세상사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될까?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에서 백분의 일도 안될 것이야.

모든 상황이 내 맘대로 일 수는 없다는 걸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라.

우리 아들은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오전에 많이 바빴단다.

그래서 아빠가 엄마 책상에서 엄마대신 카페에 들러 편지도 썼단다.

아빠 편지 받는 네 모습을 그려보니 엄마는 흐뭇해서 행복하다.

 

오후에는 아빠 엄마 중학교 때 은사님이 순천에 오셔서 뭔 행사를 하신단다.

꼭 들르라는 분부가 있어서 아빠랑 행사장에 다녀와야겠다.

보길도에서 살 때 병섭이 형을 매우 이뻐해 주셨던 은사님이야.

오랜만에 뵈니 어렵기도하고 설래기도 하다.

 

개인화기 훈련하는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카페에 올려놨는데

우리아들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더라.

매우 섭섭했다.

다른집 아들들은 늠름하게 모습들을 보여줬는데 우리아들은 없어서 실망했지.

아빠도 또 보고 찾고 또 보고 찾고~~~

4-18 헬멧 옆에서 머리숙이고 있는 놈이 너가 아닐까?

다음번에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들이 밀면 앞으로 나와서 찍히는 것 잊지말거라.

 

우리아들 정뱅 힘내거라.

이제가 아닌 벌써 2주가 지났다.

내아들 사랑한다.

2010. 2. 5.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