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연아
우리아들 편지 잘 읽었다.
우리아들의 주적이 동장군인가 보구나.
영하 18~20도라는 추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엄마는 어떻게 짐작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잘 싸워서 이겨내거라.
엄마가 남쪽 훈풍을 계속 올려보낼터이니 같이 마음으로 이겨내자꾸나.
엄마 아빠의 편지가 우리아들에게 힘이 된다니 엄마도 기쁘고 날마다 꼭 편지 쓰는 것 잊지 않고 올리마.
아빠는 어제 개학해서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 줄 모를 정도로 바빴다는구나.
애제자들 만나는 감회가 어땠냐고 살짝 물어보니 그저 무덤덤했다고 하더라.
또 튀는 놈들이 몇 놈 있어서 아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나봐.
샛노랗게 머릿물을 들이고서 등교한 간큰 아이들이 있었대.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왜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걸까?
어른들도 샛노랗게 물을 들이는 것이 별로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닌데 꼭 튀고 싶어하는 심리는 뭘까?
아빠는 머리모양을 아이들 마음대로 하게하고
또 그렇게 해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혀를 끌끌 차더라.
우리아들도 이 다음에 학교 현장에서 말썽부리는 아이들과 맞닥트릴때
어떻게 보듬어 안고 이끌어나갈지에 대해서 미리미리 고민해 두거라.ㅎㅎㅎㅎ
아이들을 하나씩 키울 때는
기쁨과 환희도 있지만, 때론 참아내기 힘겨운 어려움도 있단다.
너희들이 순탄하게 커 줘서 엄마는 참 수월하게 엄마노릇을 했지만
그래도 매를 들거나 야단을 넘어 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비난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아내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마른침을 꿀떡 삼켜낸 적도 있다.
그런데 참아내고 나서 내 마음을 평정한 뒤에 생각해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도 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어려움들에 대해서 부아가 난다고 해도
한 번 꿀떡 침을 삼기면서 그 문제를 객관화 시켜보고 참아 내거라.
잠깐 그 정점의 시간에서 비켜나서 바라보면 참는 것이 최선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나 갇힌 공간인 군생활은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서로가 갇혀있다고 갑갑해 해서 풍선처럼 감정들이 부풀어 있는데
자칫 섣부르게 표현하는 투정들이 도화선이 되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냥 한개비의 불이 큰 화재를 불러오듯이.
우리아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다독이고, 어루만질 줄 알아야
이다음에 자식같은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거야.
어제 해룡 할머님들이 촌지(?)를 주셔서 감사히 받아들고 왔다.
차가 무거워서 잘 밟아지지를 않더라.
할머님들이 손수 지은 쌀을 주셨어. 해룡은 친환경 무농약 쌀 농사를 지은단다.
엄마는 뭘로 할머님들에게 설 선물을 드릴까?
늦은 밤까지 열심히 공부하시는 할머님들에게 엄마가 도움이 되는지 엄마자신을 되짚어 보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받으면 송구스러워서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난감하더라.
그냥 잘 먹을께요 하면서 받아왔단다.
어제까지 '사이시옷'을 넣어 만든 복합어를 공부했는데
시옷 받침의 소리가 디귿소리로 날 때, 니은소리로 날 때 등등이라서 매우 어려워하신다.
어려워하는 부분을 쉽게 잘 설명하고 습득 하실수 있도록 해 드려야 하는데
엄마의 실력과 내공이 한참 부족하니 할머님들은 고생이고 엄마는 미안하고 그렇다.
우리아들 휴가올 때까지 할머님들이 주신 쌀이 남겨져 있어야 할 것인디~~~
우리아들이 야간 사격훈련까지 했다고?
이 번주에는 수류탄 훈련이라고 하던데 매사 각별히 안전에 신경쓰거라.
컴퓨터 속에서 이뤄지는 가상 게임이 아니니 마음을 경건하게 갖추고 훈련에 임하거라.
엄마가 하려는 말의 속뜻을 알지?
공사장 사자성어 안전제일을 명심하거라.
엄마아들 정뱅. 사랑한다. 힘내거라.
2010. 2. 9.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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