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연아.
중부지방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나오는데 우리아들 훈련도 힘들텐데
눈까지 한 힘 보태주는 것 같아 눈이 밉다.
미운 눈 네가 그냥 확 쓸어버려라.
형이 쓴 편지 엄마가 살짝 읽어 보았다.
마구마구 외계어를 썼더구나.
오늘 내려오는 기차표를 엄마가 잘 못 사서 형의 심기를 흐려놨다.
오후에도 근무를 해야 한다는데 엄마가 잘 못 들어서 오후 3시 기차표를 예매해서 보냈거든.
그냥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오라고 했는데 형이 곤란하다는 구나.
어젯밤 도쿄에서 치룬 축구 동아시아대회에서 중국에게 0-3으로 대패를 당했는데
32년간 이어온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패배라고 지금 난리가 났다.
감독 바꾸라고 인터넷이 불난 집 처럼 달궈지고 있다.ㅎㅎㅎㅎ
아빠는 경기 보면서 '어~ 한 골 먹었네. 어~ 또 먹었네. 허허 또 먹네.'하면서 보더라.
그런데 중국 수비수들 정말 잘 하더라. 우리 공격수들이 못하는 것인지 몰라도.
내가 아빠 밥상을 TV앞에 차려주는 수고까지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져 버리더라.
아빠는 오늘 다시 방학한단다.
설 명절 지나면 그래도 학교에는 출근할거라고 한다. 교육계획 세워야 한다고.
엄마는 설 쇨것이 걱정이다.
주유소에 출근도 해야하고, 할머니는 손목 인대가 늘어나서 손목을 안 써야하는데 정말 걱정이야.
알바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아들은 설이 평소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질 것 같구나.
그래도 설 아무것도 아니야. 아마도 네가 장가들면 추석, 설 명절 없애자는 축에 낄 것인데
좀 썰렁하더라도 쿨하게 이겨내거라.
설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떡국 끓여주는 취사병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떡국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 명절 쇠거라.
엄마아들 정뱅. 힘내라. 벌써 훈련 절반 지났구나. 화이팅.
2010. 2. 11.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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