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10. 09:57

병연아

여기 순천은 내리 3일간 비가 내린다.

우리아들 있는 곳 연천은 눈도 비도 안 내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는

동막골-유토피아-이었으면 참 좋겠다.

 

발목을 삐었다면서 괜찮니?

물집이 잡혔으면 잘 못하면 염증이 생길 것인데.....

네 편지보고 걱정을 했더니 아빠가 술냄새을 풍기면서 엄마를 나무라는구나.

아들이 어련이 알아서 잘 헤쳐나갈 것인데 못 믿고 성화를 부린다고.

우리아들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몸건강도 잘 챙기거라.

그리고 엄마에게 아빠에게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

 

아빠는 어제 저녁에 전출가시는 선생님들 송별회를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대.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몹시 부담이 되나봐.

아빠 달래주느라 무진장 애를 썼다.ㅎㅎㅎㅎ

아빠의 늦은 귀가 덕분에 엄마는 머리모양을 좀 바꿨지.

단발파마를 했어. 아빠가 이쁘다고 하더라.

 

오늘은 엄마 혼자서 주유소를 지키는 고독한 독수리 신세란다.

심여사님이 쉬는 날이라서 할아버지께서 같이 계셔야하는데 치과에 이 치료 받으러 가신다며 엄마 혼자 근무하라고 하신다.

비가 와서 차들이 몇 대 안들어와서 수월하기는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너에게 편지쓰는 것이 좀 어렵구나.

 

며칠전 의형제라는 영화를 아빠와 같이 공짜표 들고 가서 봤단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인데 송강호는 연기를 잘하고, 강동원은 진짜 정말 잘 생겼더라.

동그랗고 쌍거풀 진 큰 눈은 아주 순수하고 선해 보이며,

오똑한 콧날은 독야청청 외롭게 보였으며

얇은 입술과 마른 볼은 차갑게 보였지만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어떻게 형언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잘 생겼더라. 열렬한 팬이 돼어 볼까 했다.

그런데 미장원에서 잡지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강동원의 이력을 보고 마음을 접을까 한다.

글쎄 아직도(29세란다) 군미필이고, 올해 작품활동 활발히 한 다음에 공익근무를 한다고 나왔더라.

전우치에서는 펄펄 잘도 날아 다니고, 의형제에서는 달리기도 잘하더라.

우리아들은 지금 발목도 삐었고, 평소에 무릎도 삐걱거렸는디~~~

그래서 끌리는 마음을 50% 디스카운트 해버렸다.

또 다시 더 부아가 나면 100%를 삭감해 버려야지.

 

세상에서 불공평한 것들은 엄마가 마음 닿는데까지 주먹이 아닌 입으로 응징을 할터이니

너는 네 자리에서 편안하게 생활했으면 한다.

엄마가 이렇게 주절거리는 것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 줄 알지?

넌 엄마의 농담을 이해하고 위로받으리라 믿기때문이야.

 

우리아들 오늘도 훈련 잘 받고 씩씩한 군인아저씨로 거듭나거라.

엄마아들 정뱅. 사랑해. 화이팅.

2010. 2. 10.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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