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형님께

소띠여사 2011. 8. 10. 12:30

형님!

요즘 저는 [장자 교양 강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장자의 깨달음은 생사를 달관하여 얽메이지 않는 자유랍니다.

 

[지북유]

"삶이란 죽음과 같은 부류이고 죽음은 삶의 시작이다.

누가 그 가운데 실마리를 알겠는가.

사람이 태어난 것은 기가 모였기 때문이다.

기가 모이면 태어나고 흩어지면 죽는다.

삶과 죽음이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내가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재물론]

"삶을 기뻐하는 것이 미혹인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어려서 고향을 떠난 채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애(艾)땅에 여희라는 지방 관리의 딸이 있었다.

진(晉)나라 군주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때 그녀는 옷깃을 적실 정도로 눈물을 흘렸는데

왕궁에 이르러 왕과 편안한 침상에서 함께 잠자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나자

울고불고 한 일을 후회하였다.

죽은 사람들이 살려고 발버둥 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형님, 정녕 장자의 말씀이 옳습니까?

 

달관하지 못한 저는 어제 형님께 두 번째 메을 올리며 눈물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병용이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땀을 흘리며 집에 와서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물으니

형님께 다녀오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복장을 단정히 하고 가지 그랬냐고 하니 그냥 가볍게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직도 병용이가 형님과의 이별을 온전히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큰애도 마찬가지로 아직 형님과의 이별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쪽에 남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때로는 형님을 잊고, 때로는 형님을 묻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형님의 빈자리로 인한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답니다.

특히나 조카들은 형님이 얼마나 그립겠습니까?

 

어린 조카들을 남겨 두고 떠나신 형님의 맘을 아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자식 걱정이 병마보다도 더 형님을 아프게 하였겠지요.

병용이가 둘째들의 천진함으로 애교가 많습니다. 병연이도 그러거든요.

작은 엄마가 먼길을 왔다고 연신 미안하다, 고맙다, 맛있다를 종알거리더군요.

냉장고에서 많은 것들을 꺼내서 작은엄마 가져다 드시라고 챙겨주는 자상함도 갖추었더군요.

참 이뻤습니다.

큰키와  잘생긴 이목구비에 더불어 맘씨까지 고와서 정말 이뻤습니다.

이 이쁜 아들들이 크고, 가정을 일구고, 자녀들을 돌보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하는

형님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픔니다.

 

병용이가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와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이라는 책을 주네요.

책 내용이 어떠한가는 아직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제목을 보아서는 병용이가 얼마나 아파하는지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사소하게 다쳐서 애들이 아파해도 내마음이 더 아프다는 걸

아이를 길러 본 엄마들은 다 알지요.

그런데 이런 큰 아픔에 속으로 울고 있는 자식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하겠기에

형님이 안쓰러워 마음이 아프고 아픕니다.

 

형님, 형님께서는 지금 장자께서 말한 그런 세상에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 계십니까?

조카들이 얼마나 커야,

형님께 얼마나 많은 메를 올린 후에야

형님에 대한 저의 안쓰러움과 너무 빨리 가심에 대한 책망을 풀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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