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산길은 지팡이, 인생길은 남편.

소띠여사 2012. 1. 9. 14:21

산길은 지팡이,

인생길은 남편이 필수.

 

때론 귀찮을 때도 있지만 곧 그 존재의 진가를 깨닿게 된다.

어럽고 힘들수록 절실해 진다.

함부로 다루면 부러지거나 깨진다.

소중히 다룰 수록 내구연한이 길다.

늘 잘 챙겨야한다.

 

새해 첫날 뭔가 뜻깊은 일을 해 보자고 조계산에 올랐다.

눈과 세찬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하는 것도 새해 첫날 해 볼만한 일이었다.

오르막 내리막길에 지팡이가 없었다면?

적막한 산행길에 든든한 남편이 없었다면?

 

새해 첫날 일출을 보려고 조계산엔 평소 북적이던 사람들이 많이 없었서

무지무지 적막했다.

눈도 내리고 쌩쌩거리는 겨울바람은 나뭇가지들을 흔들고 내마음도 흔들었다.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이곳저곳 길옆 나무들도 살피며

때론 지팡이의 힘을 빌리고 때론 남편의 손도 빌리며 오르락 내리락 긴 산길을 걷는 맛이 참 좋았다.

 

남들이 우릴 보면 '절대불륜'이라고 쑥덕댈거라며

손을 잡고 서로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냐고 너스레도 떨고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니, 눈이 소복소복 쌓이니, 얼음을 뚫고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니....

우리가 이대목에서 그냥가면 서운하다며 입을 쪽쪽 맞췄다.

진짜 불륜남녀처럼 가슴을 콩닥거리며~~~

 

 

       조계산 초입에서 만난 못다이룬 꿈.

 

    어린 편백이 눈을 이고 있는 오솔길이 춥다기보다 되려 포근하게 느껴졌다. 

 

    장박골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길목은 눈이 쌓여있었다.

 

    나뭇가지가 얼음꽃도 피우고~~~

    이렇듯 아름다움 앞에서 재롱을 아니피워서야 되겠는가?

 

    순천사람들 특히 주암사람들은 조계산을 늘 품속에 품고 살지만

    장군봉 표지석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그옛날 장군봉을 오를적에는 이런 표지석도 없었드랬다.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누군가 힘들여 표지석을 세워놓았고,

   그 앞에 소주와 귤, 북어를 놓고 산신제를 지내는 사람들도 만났다.

 

     접치제에서 장박골을 찍고,

     장군봉에 올라 작은 굴목제를 지나 보리밥집에서 맛난 보리비빕밥과 막걸리를 마셨다.

     마셔본 기억이 없는 막걸리를 남편에게 한 잔 얻어 마셨더니 얼굴이 발그레하게 열이 올랐다.

     한모금은 싸하고 다음모금은 좀 독하고 그 다음모금은 이걸 다 마셔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게했다.

     막걸리에 취하고

     내 흥에 취하고

     남편과 불륜에 취하고

     ~~~~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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