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밭에 매실 몇 주를 심고,
친정집 매실나무 전지도 해드리고,
그리고 노동과 거름과 농약값만 매년 공짜로 거져 먹어버리는 미운 단감나무 전지를 했다.
아들 며느리 고생한다고 어머님께서 생선찌게와 더덕무침, 머위순무침으로 맛난 점심을 차려 주셨다.
사각사각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과 은은한 향의 더덕무침.
매콤하고 달콤새콤하고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향과 쌉싸한 끝맛까지
별의 별 맛이 총집결한 머위순무침이 얼마나 맛있는지~~~
"이거 정말 맛있네요"하면서 낼름낼름 머위순무침을 먹었더니
어머님께서
"맛있냐? 어제는 미나리를 캐다가 고추장무침을 해서 보리밥에 비벼 먹었더니 정말 맛있더라"라고 하신다.
"그냥 생으로 무쳤어요? 이따 갈 때 좀 캐가지고 가야겠네요"하며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밥상을 치우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자동차 키을 찾아 나가신다.
오후에 날씨가 좋으면 감나무에 농약을 해야 해서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래쪽 밭에 계신다고 하시며 바람이 불어 농약 못하겠다고 하신다.
일요일 점심을 드시고 즐겨 보시는 전국노래자랑도 안 보시고 왜 나가셨나 했더니
우리에게 주시려고 미나리를 캐러 가셨다.
코끝이 싸 해 졌다.
어머님께서는 머위순과 더덕과 다진 마늘을 싸주셨다.
"세 가지나 쌌는데 요것밖에 안된다"며 건내주시는 조그만 비닐봉지가 지구크기만큼 내게 다가온다.
감나무 밭에 지천으로 난 돌미나리를 뿌리채 캤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남편때문에 난 조금캐고 아버님께서 캐놓은 것을 가져왔다.
고추장, 고춧가루, 대파, 다진마늘, 진간장, 참기름, 매실액, 조청, 설탕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쫑쫑 썬 미나리를 무쳤다.
미나리의 향긋한 향이 입안에서 퍼지며 내 몸속에 봄을 퍼 날라 준다.
아직은 추위때문에 흙밖으로 나오지 못한 머위를 감나무 밭을 정리하다가 뿌리채 캐셨단다.
어린 머위순을 생으로 무쳐도 독하지 않았다.
고추장, 고춧가루, 양파, 대파, 청량고추, 다진마늘, 매실액, 조청, 감식초를 넣어
달콤새콤하게 무쳤다.
달콤새콤한 양념 맛과 향긋하게 진한 향기와 쌉싸한 뒷맛까지 봄나물의 진수가 아닐런지?
다다음 주 정도 되면 이 머위순을 고추장과 된장으로 무치면 아마 그 맛도 일품이겠지.
담벼락을 따라 몇 뿌리 심어 놨던 더덕을 캐서 몇뿌리를 우리에게 나눠주셨다.
아삭거리며 맛나고 했더니 귀한걸 싸주셨다.
더덕도 머위와 같이 초무침을 했다.
봄 밥상을 차려서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정성과 사랑을 같이 먹었다.
매년 봄이 오면 미나리를 캐러 가신 아버님의 사랑을 되새김질하며 미나리 나물을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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