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봄날 친구네 마당에는
늘 암탉이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이곳저곳을 헤집고 있었다.
그러다 부산거리며 꼬꼬 소리를 내어 병아리들을 불러모아
날개 밑에 품고 마당 구석에 납작 엎드리는 걸 보고
하늘을 쳐다보면
언제나 반짝거리는 햇살을 업은 솔개가 빙빙 날고 있었었다.
어린시절 난
구름위를 나는 그 새를
경외하며
이마에 손을 대고 목을 제껴서
멀리 사라질때까지 쳐다보곤 했었다.
내 팔을 백 마디도 넘게 뻗는다 해도 닿지 않을 그 높은 곳을 날면서도
마당에 이리저리 흩어져 재재거리는 닭들을
어떻게 소리도 없이 제압할 수 있는지가
신비감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했었었다.
난 솔개가 되어
외롭더라도
배고프더라도
날 맹수라고 손가락질 하는 친구들의 냉대가 있더라도
뜨거운 태양이 내 머리를 벗길지라도
찬 바람이 내 날개를 얼게할지라도
마당 위 하늘을 날고 있겠다.
'내 안으로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도둑 (0) | 2013.03.19 |
---|---|
스마트기기 초보 입문기 (0) | 2013.01.08 |
영화 [남영동 1985]를 보고 (0) | 2012.11.26 |
添火火 (0) | 2012.11.17 |
언제부터 우리사이 이런사이? (0) | 2012.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