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보세요?"
동사무소, "네 00동 000입니다."
나, "위 동대는 이시간에 근무를 안하나요?"
동사무소, "아니오, 근무하는데요."
나, "그런데 전화를 절대 안 받네요."
동사무소, "아, 어떨땐 훈련나가서 아무도 없을 때도 있어요."
나, "어떻게 향토방위를 책임진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무실도 안지킨답니까?"
"요즘 같은 때 전화도 돌려 놓고 받을 수 있는데, 민원인의 전화도 안받으면서
향토 방위씩이나 한다고 한답니까?"
동사무소, "그런거는 우리한테 하시면 안되죠."
나, "그러면 동대를 관장하는 윗 부서는 어디예요?"
동사무소, "기다려 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그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대를 관장하는 윗 부서가 어딘가요?"
누군가에게 물으니 그 쪽에서 왜 알려하는냐고 물었나보다
"고발하려고 한답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대목에서 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도발적으로 전화를 하기는 했지만 고발하려고 했다니.
말이 건너가지도 않았는데 바로 왜곡을 시켜버린다.
동사무소, "00에 있는 군부대에서 관할 한답니다."
나, "됐구요, 내가 언제 고발하려고 한다 말했습니까?"
동사무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나, "인신모독 아닌가요?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한 사람 건너지도 않고 바로 왜곡을 시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동사무소, "말이 잘못나왔네요. 미안합니다."
나, "수화기를 막고 제가 안 듣게 했어도 그건 인신모독입니다. 내가 고발하고 싶은건 지금 이 말을 고발하고 싶네요."
동사무소, "미안합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마음은 풀어지지 않는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정수리가 가려운게 다시 두드러기가 번지나 보다.
아니나다를까 온몸이 여기저기 가렵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 이글거리는 화를 풀어야 하나?
시청 홈피에 한 줄을 갈겨줄까?
그러면 동장님이 괴롭겠지?
동장님은 지인인데,
그러면 동장님께 전화를 해?
동장님과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계속 출장중이시란다.
내 두드러기의 가려움도 서서히 출장을 떠난다.
이렇게 된 경위는
큰아들놈의 예비군 훈련때문이다.
임용시험을 목전에 두고 동원훈련 통지서가 왔다.
태풍피해를 입었으면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큰아들놈이 우리집 감나무 태풍피해를 핑게로
동원훈련을 어떻게 면제받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참 양심에 걸렸다.
그래도 시험을 목전에 둔터라 서류들을 챙겨서 신청을 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농사는 우리가 짓는데도
시골에 계신 아버님 명의로 태풍피해 조사가 이뤄져서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제는 받을 수 없었다.
양심에 거리끼던 차라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연기 신청을 냈다.
그랬더니 2차 시험을 앞두고 무려 일주일이나 걸리는 예비군훈련통시서가 날아왔다.
이게 뭔가?
요즘 사회에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이 남자들 뿐인가?
여자들과 경쟁해야하는 때에
애꿋은 남자들만 예비군훈련에 발목을 잡혀야 하는가말이다.
20개월여를 군복무하면서 국방의무를 마쳤으면 됐지 또 뭔 국방의무인가?
역차별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런 Dog같은 제도라니....
화가 났다.
그래도 당장 이 예비군훈련은 처리를 해야 하지 않는가.
다음주 월요일부터 훈련이니
금요일 오후라서 꼭 문의 해 결정해야만 해서 동대로 문의 전화를 하려했다.
연기 할 수도 있는가?
연기 할 수 없다면, 불참해도 무방한가, 불참시 어떤 불이익을 받나? 등등
수화기에서 '향통방위를 책임지는 00동대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
전화를 받지 않아서 같은 건물에 있는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는 이런 봉변을 당했다.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에 내 아들들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열이 나 있었는데
전화까지 받지 않으니
무척 심사가 꼬여서 전투적으로 전화를 했던 내 잘못도 있었지만,
민원인이 고발하려 한다고 넘겨 짚는
그 동사무소 여직원의 기본 마음자세가 내 화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월요일부터 예비군훈련이라 끓어 오르는 화를 참고
114에 전화번호를 문의해서
이곳저곳 문의전화를 돌렸더니 다른 지역 동대는 전화를 받는다.
우리 동사무소, 동대 참 잘났다고 맘속으로 비아냥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주친절하게.
아주아주 미안하단다.
전화착신을 안해서 날 번거롭게 했다면서.
어머님의 걱정이나 불합리하다고 느끼시는 점을 십분 이해하겠단다.
동대의 어린 상병이 뭔 죄인가?
옛날 박정희씨가 필요로 했던 향토방위군 시절에는 남자끼리만 경쟁하던 시기였었다.
요즘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경쟁하는 시기이다.
그땐 그래도 군복무 가산점이라도 있었었다.
헌법에 위배된다고 가산점제도 없앴으면 같이 짊어지자.
이런 역차별을 남자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가?
수험생들이 1초가 아쉬운 때
남성들의 현역 군복무 20여개월도 모자라 다시 몇일씩이나
향토방위를 방위삼아 여성들에게 시간을 헌납하라고?
이게 패미들이 외치는 페어플레이인가?
이젠 제발 같이 경쟁하려면 정정당당하게 룰을 뜯어 고치자.
같이 지키고 같이 누리자, 시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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