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고 3 담임을 한 수학선생님께서
과로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 했다는 뉴스가 떳다.
이 뉴스를 읽고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토요일 아침
반대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반장 엄마이니 자모회 임원 회비로 45만원이 책정되었으니 납부하라는 연락이었다.
무슨 명목으로 그런 거금을 걷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자신의 아이는 학급 임원도 아니어서 학적부에 오르지도 않는데 40만원을 부담한다면서
되려 내게 역정이었다.
반장 부반장은 봄, 가을 소풍 도시락 대금으로 5만원을 추가하고
40만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쓰임새를 말해 주지 않았다.
아마도 작년처럼 선생님들과 상견례라고 하면서 저녁식사 대접(?)도 하고
자모들의 유대강화를 위해 야유회도 갈 것이며....
그리고......
어디에다 그 돈을 쓰는지 이제껏 한 번도 따져 묻지 않아서
큰아이 6년 작은아이 5년 동안 자모회비 4만원씩 납부한 것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
작은애는 2년을 부반장을 해서 더 많은 돈들을 자모회비라는 명목으로 납부해야 했다.
그때도 불만은 있었지만 아무소리 하지 않고 슬그머니 내기는 했었는데
왜 올해 이렇게 심사가 뒤틀리는지? 아마도 지금 내 경제사정하고 맞물려서 겠지.
밤 11시까지 자율학습 지도를 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다.
그 분들의 노고를 거져 받을 생각도 없다.
적지만 내게 할당된 자율학습비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나마 지금껏 불평하지 않고 다 납부했다.
아니 불평이 아니라 당연하게 너무 저렴한 것에 감사하며 납부했다.
자율학습비를 불평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할 용의도 있다.
그런데 난 이중적인 사람일까?
이번에 부과된 자모회비는 거부하고 싶다.
너무 금액이 과도한 면도 거부의 이유이고,
이러한 자모회 운영의 실태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해서
나부터서 이런 관행에서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어줍잖은 투사적 행동을 보이고도 싶은게 이유이다.
자모회장의 말처럼 학부모들이 하기 나름으로 선생님들의 성의를 끌어 낼 수 있다면
한 학급에서 학부모 두 서넛이 돈을 모아서 성의를 표시해야 하는가?
아니면 전 학생의 학부모들이 성의 표시를 해야 하는가?
학부모의 성의표시 나름이라고
날 옭아 메는 자모회장의 논리도 틀리지만
나 하나로 인해 학교가 시끄러워질 것에 대한 뒷 수습도 무섭고
특히 내 아이가 받을 외부적 압력과 심리적 타격이 걱정스러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고3선생님 과로사라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오늘아침 집을 나서며
엄마의 생각을 말하고
-- 내가 소극적 행동(나 혼자만 자모회비를 안내는)을 하면 --
아들아이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외부적 압박들로부터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아들아이와 대화 후 결정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뉴스는 나를 다시 혼란스럽게 한다.
과연 과로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내 아이를 밤 11시까지 잡아 앉혀놓고 야간 자율학습을 시켜 주시는 선생님들이
고마운 것은 사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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