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2. 10:54

병연아

 

카페 대문에 신병들의 훈련 일정이 안내되어 있더구나.

2주차는 개인화기훈련을 한다는데 각별히 안전에 유념하거라.

컴퓨터 게임속에서 이뤄지는 가상의 상황처럼 인식하지 말기 바란다.

가르쳐주는 교관들의 지도에따라 잘 하리라 믿는다.

 

우리아들 삼겹살 먹고 싶어서 어쩌냐?

우리아들 올 때까지 엄마가 삼겹살 안 먹고 기다리고 있으마.

강된장과 달걀찜은 안 먹고 싶니?

엄마는 우리아들들이 뭘 진짜 맛있어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반찬 투정 안하는 우리아들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평소 호불호를 잘 표현하지 않아서 엄마가 우리아들들의 기호품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UCC를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UCC 만들어서 카페에 올려서 댓글 많이 받으면 전화통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데

컴퓨터에 문외한인 엄마를 둬서 우리아들은 그런 기회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너가 너그럽게 이해하기 바란다.

너의 소대에서 뽑힌 동기가 있어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 되더라도

목근육을 스트레칭하듯 마음을 스트레칭해서 잘 풀거라.

 

아빠의 솟대 3점을 종철이 이모에게 입양보낼려고 주유소에 가져다 놨다.

그래도 TV 뒷면은 솟대가 점령하고 있어.

경희고모 유치원 개원하면 보낼려고 대작(?)을 만들어 놨는데 고모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윤병권친구에게 오늘아침 전화해서 너에게 편지 써 달라고 부탁했어.

자다가 일어났는지 부시시한 목소리로 전화 받으며 꼭 쓰겠다고 하더라.

아침 일찍 전화해서 미안했다. 또 우리아들이 옆에 있었으면 예의 없는 엄마라고 핀잔을 들었겠지.

 

20Km로 달리는 우리아들의 시간이 어지럼증을 일으키지 않는 한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라고

엄마가 지구를 굴리고 있으마.

조급하게 마음먹지말고 느긋하게 객관적으로 너를 관조하는 여유를 가져보거라.

다람쥐가 도롱태를 돌리지 않아도 우리들 앞에 놓인 시간은 돌아간단다.

엄마의 썰렁개그는 네가 올 때까지 쭉 그대로 발전없이 계속 될 것이다.

 

엄마아들 정뱅. 힘내라.

그리고 안전제일이다. 공사장에 써 있는 문구지만 엄마의 가슴에 절실히 와 닿은 구호란다.

2010. 2. 2.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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