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연아.
연천에 함박눈이 소복히 내렸다는 중대장님의 글 읽었다.
이병헌이 거닐 던 화면 속 일본의 눈 쌓인 동네는 멋있어 보였을지 몰라도
지금 네 곁에 쌓인 눈밭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겠구나.
그래도 이병헌처럼 씩씩하게 뚫고 나오거라.
눈치우고 훈련 받다보면 아마 우리아들도 초콜렛복근이 생길지도 몰라.
매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면 어떤 힘든 일도 수월하게 타고 넘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저절로 생긴단다.
오늘 형이 집에 온단다.
아빠가 친목회 간사 수고비를 십만원 받았는데 그 돈으로 쇠고기 사달라고 했어.
우리아들도 있었으면 같이 먹을텐데 형하고만 먹어야 겠다.
우리아들 올 때까지 삼겹살은 안 먹을란다.ㅎㅎㅎㅎ
형이 오면 서연이 PMP를 사러 갈까한다.
그런데 솔직히 부담이 되는 구나. 경욱이 것은 가서 가격대를 보고 사던가 할란다.
영웅이도 올해 중학교를 간다고 하니 가방값을 또 줘야하고
설 선물보다 올망졸망한 조카들 새배돈 챙기는 것이 더 힘들다.
우리 병연이도 설 선물로 가족과 통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중대장님 말씀이다.
그 많은 훈련병들 통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편지 퍼 나르고 너희들 군인만들고 하시느라
수고하실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거라.
내가 늘 너희들에게 강조했듯이 내 주위에 있는 분들의 수고를 잊지 않고 감사히 생각하며 사는 것이
사람이 사는 기본이란다. 특히 취사병 동료들에게 감사하거라. 맛없는 짬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침일찍 일어나서 추운 날씨에 찬물에 손 담그며 준비하는 수고에 감사하며 지내거라.
주위의 동료와 선배, 장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너도 마음의 평온을 얻어서
힘든 훈련이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질 것이야.
우리아들 옆 동료 15번 16번 친구에게 편지를 한 장 씩 썼단다.
이 카페에는 열성 부모님들이 많이 계서서 아들이 전역을 하고 난 후에도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나봐.
선배 부모님들께서 편지를 자주 못 받는 아들 동료들에게 편지를 한 장 씩 쓰자는 켐페인을 하더라.
그래서 엄마도 동참하기로 했어. 검색을 해보니 정말 너의 주위에 편지를 뜸하게 받는 사람이 실재하더라.
엄마가 주책을 부리는가 싶어 주저하다가 그냥 몇자 적었다.
혹시 네가 동료와 불편하다는 답장을 써서 엄마가 그들에게 편지 쓰지 않았나하는 오해가 있을까 걱정이된다.
네가 잘 대처하고 잘 어울리기 바란다.
엄마가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댓글달기에서 무진장 친구 가족들을 불러모은 1소대 박보현 4소대 엄지용 훈련병에게 뒤쳐저서 우리아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동영상 편지 띄우기에 실패했구나.
우리아들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씩 웃는 우리아들 이쁜 모습이 어디가겠냐. 늘 너는 환하게 웃고 있을거야. 그렇지?
설 연휴에 푹 쉬고 몸과 마음의 힘을 올려서 남은 훈련 잘 받기 바란다.
사랑하는 내 아들 정뱅. 힘내라.
2010. 2. 12. 엄마가.
PS 세진이 다쳤다는 소식 들어서 엄마가 걱정했고, 너에게는 소식 전하지 않았다. 유난히 친구들 챙기는 네가 걱정이 심할까봐서.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세진이도 잘 이겨내고 씩씩한 군인아저씨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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