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房

입암산 봄 풍경

소띠여사 2011. 4. 15. 11:01

S-Oil 광주지사에서 자사폴 사장님들을 모시고 봄 나들이로 입암산 등반을 했는데, 우리 사장님이 날 데려가 주셔서 입암산도 처음이고 이런 모임도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차에 오르기 전까지는 참 설래고 기대도 했는데 차에 올라 보니 우리사장님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고 여자분들도 없어서 매우 서먹하고 괜시리 따라 나섰구나 하고 후회를 했다.

광주에서 여자들이 몇분 차에 오르기는 했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기도 할 뿐더러 그분들은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는지 끼리끼리 모여 있고 붙임성 없는 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도토리가 된 기분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목적지인 입암산까지 험하면 정말 하루가 괴롭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난 입암산은 산행 초보자들에게 딱 맞는 코스가 아닐까 싶다. 완만한 아니 거의 평길 수준의 산책로를 따라 산에 오르다가 약 1Km 정도만 가파르게 오르면 갓바위까지 오를 수 있는 산행이었다.

순천에는 벚꽃이 져서 끝물을 보이고, 라일락까지 피어서 그 향기에 취하게 해 봄이 무르익었는데 여기 산속은 아직 나뭇잎들이 움을 틔우지 않았다. 그래도 봄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봄이 가득 담겨져 있고.

 

 갓 피어나는 단풍잎들이 여느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산책로 옆 마른 풀밭에서는 산나리, 원추리 등등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완만한 산길이 딱 내 수준에 맞는 코스여서 참 좋았다.

 

산에가서 만나는 계곡물의 작은 폭포들은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 주는 듯하다.

 

깨끗한 계곡물 웅덩이를 만나자 일행의 남성분들이 일제히 선녀 타령을 하신다.

선녀는 무조건 미인일 거고, 심심산골 계곡물에서 목욕재계하는 신비롭고~~~

뭇 남성들에게 선녀는 영원한 로망일런가?

선녀타령을 하는 남성분들의 얘기를 귓전으로 듣자니 문득 옥황상제님이 마초당의 원조 당수가 아닐까하는 불경한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바쁜일이 있는 것처럼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일행들이 좀 천천히 산을 음미하며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 또한 일행들을 핑계삼아 빠르게 걷고 또 걸었다.

 

 굴참나무는 고풍스럽고 어쩐지 위엄이 있어 보인다.

산에가서 굴참나무를 만나면 그 당당한 모습이 참 좋다.

 졸참나무는 굴참나무에 비해 표피가 참 멋없어서 이름앞에 '졸'자를 붙여 줬나하는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때죽나무 표피는 거무스름하고 매끄러운 것이 참 요염해 보인다.

내가 구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무들을 요리조리 뜯어 보고 이생각 저생각을 하는 맛도 산에 올라 느낄 수 있는 기쁨 중의 하나이다. 

 

 삼나무 숲을 잘 조성해 놓았는데 미끈미끈 솟은 나무들의 군무가 참 아름답다.

 

 삼나무 숲속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환상적이었다. 훤히 트인 하늘도 좋지만 이렇게 나무들 사이사이로 보는 하늘도 참 좋다. 가슴에 늘 품고 살고 싶다.

 

 

숲속 오솔길에서는 꼭 '빨간머리 앤'을 만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앤'처럼 숲을 잘 묘사한 이야기는 없는 듯 싶다. 나도 앤처럼 숲에서 살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 꿈음 계속 꾸고는 있다. 아마도 실현가능성이 없겠지만.

 

 이제사 이곳에서는 진달래가 꽃송이를 내밀고 있다.

 

 생강꽃이 끝물을 보이고, 정말 생강냄새가 나나 싶어 코끝을 대어보니 향긋한 꽃내음이 가슴까지 씻어 주는 듯 싶었다.

 

 

갓 피어나는 단풍잎.

이 입암산은 5월 말쯤 단풍잎이 여리게 피어서 어우러 졌을 때 만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에 올라 둘러보는 산의 부드러운 능선들은 그림에서 제아무리 멋들어지게 표현한 곡선의 아름다움으로도 따를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시간을 내 맘대로 펑펑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때

좋은 카메라 하나 장만해서 이 아름다운 산들을 담아 오고 싶은 것이 내 소망 중의 하나이다.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와서 산들에게 미안하다.

 

 

 

자리 다툼을 하다 화해를 했나, 아니면 벽을 뛰어 넘는 사랑을 하고 있나?

수종이 다른 나무들이 아직 연리지가 되지는 않았지만 꼭 붙어 있는 모습이 이체롭다.

 

                나 익룡이야! 발만. ㅎㅎㅎㅎ 공룡의 발을 연상케 한다.

 

               여러 부데낌 속에서도 살아 남아야 한다고 얼마나 자신을 채근 했을까?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느티나무.

 

숲 속에 숨어서 이곳 저곳을 살피는 다람쥐처럼 이 나무도 계곡 저 밑에 앉아 있었다.

 

산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서 오는 이들에게 입맛에 맞는 이야기들을 맘껏 담아가게 해 주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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