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房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

소띠여사 2015. 3. 30. 10:41

출근길 라디오에서 백련사 동백 군락지에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모두들 봄꽃 축제에 맘설레는데, 난 겨울 꽃의 끝물에 맘이 설레었다.

 

동백,

이름만으로도 빨간 꽃의 정열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꽃.

다소곳이 오므린 빨간 꽃잎 속에 샛노란 수술이 곱디고운 꽃.

타오를 듯 뜨거운 꽃잎이 시들기 전 미련없이 낙화하는 절제의 꽃.

짧은 만남이 아쉬어 뚝뚝 떨어져 내린 그대로 켜켜이 땅까지 붉게 물들이는 꽃.

..................

아름다운 동백을 보자고

남편을 꼬드겨서 강진으로 고고씽.

 

백련사가 높은 산자락에 있는 절집이 아니라서 다산초당에 들러 산길을 따라 백련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산초당을 오르는 길 - 뿌리의 길이라고 이름붙였단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삼나무가  서로서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만큼 그 뿌리 또한 얼키설키 나래를 편 계곡길.

가파른 산길 흙이 사람 발에 패이고, 흘러내리는 빗물에 패여 몸을 숨기지 못한 뿌리들이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뿌리의 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초당은 보수 공사 중이어서 앞면에 가림막을 쳐두었다.

초당아래 동네는 한옥 팬션들이 즐비한데 또 집들을 짓느라 분주하고 초당은 초당대로 공사중이고~~~~~

 

눈길 닿는 곳곳마다 동백꽃천지....

초당 옆 연못의 물위에도 동백꽃이 피었다.

 

남편이 묻는다.

"형님 자산 선생이 생각나면 다산선생께서도 이 곳에서 칠량 앞바다를 바라 보았을까?"

"자산선생이 계시는 곳과는 방향이 다른데?"

"바다는 바다 잖여~~~"

50이 넘은 부부는 원래 대화가 없는게 당연하다는 남편과 집 나와 자연과 같이 하니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한다.

역시 나들이는 좋은 것인가보다. 

 

남녘 끝자락으로 유배를 오신 선생께서 백련사의 학승 혜장스님을 벗삼아 학문을 토론하고 시와 차를 즐겼다고 한다.

서로가 그리울땐 이길을 걸어 탐방하셨다고...

늦은 밤도 마다않고 찾아 오는 혜장스님을 맞이하고자 선생께서는 늘 문을 잠그지 않으셨다고 한다.

 

 

평생 지기인 남편을 따라 산길을 걷는다.

참 좋다.

눈길 닿는 곳곳에 꽃이 있어서 좋고,

늘 푸른 나무, 이제 갓 잎을 틔우는 활엽수들이 서로 어울려 있어서 좋고,

산들거리는 바람과 따뜻한 햇볕이 좋고,

내세에서도 꼭 친구이고픈 남편이 있어서 좋다.

 

보길도를 떠나온 뒤 이처럼 많은 동백을 맘껏 볼 수 있었을 때가 있었던가?

가슴이 뛴다.

동백은 내게 신비로운 미지의 꽃이다.

 

온 산이 동백숲인듯 동백이 빼곡이 들어서 있었다.

봄꽃들이 이젠 당신은 물러갈 때라고 재촉해서일까?

나뭇가지에도 나무밑에도 빨간 동백이 흐드러져있었다.

 

이 부도는 14세기경에 세워진 것이란다.

그런데 너무나 깨끗하여 알림판을 읽기 전까지는 몇년전에 세운것인줄 착각하였다.

부도에 기록이 없어 어떤스님의 부도인지 알지 못한단다.

이 부도는 그 많은 세월 동안 조바심으로, 아니면 느긋함으로 동백꽃 피기를 기다려 만나고 헤어졌을까?

동백이 피면 부도 속에 모셔진 사리도 내 가슴 뛰듯 뛰었을 듯 싶다.

 

미련없이 떨어져 내린 꽃송이를 누군가 미련이 남아 동백나무의 세월터에 올려 놓고 갔다.

 

모두들 한 마음으로 동백의 미련없음을 안타까워 하나보다.

 

동백숲을 지나니 백련사가 보인다.

오래되었다는 절집이지만 터는 넓은데 건물들은 많지 않아 불사를 벌리고 있었다.

다산선생과 혜장스님의 옛 은거가 모두 새단장을 하는가 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한 번 보아선 속속들이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지 못할뿐더러

부대낀 추억이 없으면 그 아름다운 기억은 잊혀진다.

이 아름다운 곳의 사계를 다 접해 보고 싶지만~~~~~ 아마도 꿈만 꿀 것 같다.

 

'여행 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록담을 알현하다.  (0) 2011.08.18
입암산 봄 풍경  (0) 2011.04.15
쌍계사의 밤 벚꽃  (0) 2011.04.13
보길도 여행  (0) 2009.08.18
옛 추억을 찾아서  (0) 200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