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房

백록담을 알현하다.

소띠여사 2011. 8. 18. 10:51

백록담을 알현하다.(2011. 8. 14. 친구들과 함께한 제주여행.)

 

내가 과연 1950m를 올라 백록담을 볼 수 있을까?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하면서 그래도 올라보자고, 오를 수 있는 곳까지는 올라보자고,

남편에게 짐은 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지났다.

 

마음은 불안했다. 가다가 늘 호시탐탐 기회만 주어지면 아플려고하는 무릎이 견뎌 줄 지~~ 

 높은 산은 계곡의 맑은 물과 늘 같이 한다. 그러나 한라산은 계곡은 있되 흐르는 물과 소리는 없었다.

계곡물이 없다고 투덜댈쯤 만난 아름다운 계곡과 맑은 물.

 산죽들이 잔디처럼 깔려있고 활엽수들이 빼곡이 들어찬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완만한 경사지를 오르며 만나는 한라산의 녹음은 말로 표현키 어려운 아름다움이다.

 사라오름(1324m) 분화구 호수

제주 현지민인 어떤 아주머니의 권유로 올라가 본 사라오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분의 권유를 받아들이길 얼마나 잘 했는지?

오름이 기생화산으로서 분화구에 물을 품고 있는 곳이 있다고는 하나 그 높은 산봉우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것이 신비로울 뿐이다.

사라오름을 벗어나니 해발 1,400m의 표지석이 버티고 섰다.

조금씩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린아이와 6,70대의 어르신들도 오르는데 내만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이 자존심도 상하고,

특히 남편이 나때문에 백록담을 못 볼까봐 내 다리와 마음을 다독이며 올랐다.

스믈넷에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천왕봉 밑에서 본 고사목 숲을 다시 한라산에서 쉰하나에 만났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구상나무.

멋들어지게 누워있는 고사목과 푸르름을 자랑하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보는 즐거움을

한라산을 오르며 덤으로 얻었다.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온도차와 바람을 마주하고 얼마나 자신을 다독이며 거기에 서있었을까?

푸르른 잎사귀를 뽐내던 과거를 기억이나 할까?

20대때 지리산을 종주한 내가 단거리 선수였다면,

50대 한라산 정상을 오른 나는 장거리 선수랄까?

 

20대의 나는 무던히도 참을성이 없었었다.

힘은 남아 돌았으나 고비고비를 넘기기가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힘겨웠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어 안달했었다.

내가 시원찮은 무릎관절을 달래가며 해발1,800m의 이 표지석을 담담히 마주 할 수 있었던 행운은

인생길을 걸으면서 익힌 참을성이 밑바탕이 되었으리라.

 

20대때는 한고비가 모든 어려움의 끝이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온힘을 다해 돌파하려 했다면

50대에 세상을 대하는 나는 산전수전 공중전에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는 여유로움이 있다고 할까?

힘들다고 엄살부리지 않고 백록담을 보자는 초심을 지킬 수 있었다.

이 계단을 오르고나면 구상나무도 더이상 견뎌내지 못하는 높디높은 곳이다.

돌길을 걷다 만난 인공계단이 어찌나 반갑던지.

개발이라는 이름을 달고 설치된 곳곳의 편의시설들이

자연을 해치고 더불어 사람까지 해칠거라는 평소의 생각들이 이 계단앞에서는 무색해졌다.

나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해발 1,900m

이곳의 식물들은 모두모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돌틈에 기대서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내고 있으리라.

 

엉겅퀴 꽃이 이제사 피어서 그 고단함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야생화를 화초용으로 계량한 것 처럼 엉겅퀴도 질경이도 땅꼬마가 되어 있었다.

그 생명력이 참 신기하기도 했고 애달퍼 보여 장엄해 보이기까지 했다.

 

 훌륭한 정원사가 가꿔놓은 정원처럼 바위를 덮고 있는 향나무.

 세상 그누가 꾸민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겠는가?

 

드디어 한라산 정상.

그곳에 가면 늘 백록담은 자신을 우리들에게 무상 보여주는 줄 알았다.

사진찍는다고 꼬물대는 나에게 어떤 아저씨가 하는 말.

"저기 올라오는 구름이 백록담을 덮기전에 먼저 백록담부터 보시죠."

행여 백록담을 못볼까봐 조바심내면서 약 50m는 다름박질 치면서 올랐다.

구름한점 가리지 않고 맨살을 드러내 백록담.

1년중 100여일만 이렇게 사람들과 마주한단다.

 

딱 마주한 순간 이유없이 눈물이 났다.

백록담을 알현하러 가는 중이라고 친구에게 문자를 날리며

진짜 백록담을 보면 절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할 용기는 없고

형언키 어려운 벅차오름이 내 눈가에 이슬로 맺혔나보다.

백록담에서 불어 오르는 차가운 바람이 내 눈물과 땀을 닦아주며

나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양 다독여주었다.

 

둘이서 또 두고두고 떠올리리라.

그때 어떠어떠 했었다고.

우리 식탁의 또다른 반찬거리를 마련했다.

 

하산길에 해발 1,700m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갔더니 한라산 정기가 내 몸속으로 전해 오는 듯했다.

 

 

성판악탐방로(진달래밭 3시간, 정상 4시간30분) - 9.6 Km
입산통제시간 : 하절기 5-6, 7-8월 13:00 (진달래밭통제) 사라오름 탐방-사라오름통제소 16:00
자세히보기

총 9.6㎞ [성판악→진달래밭(7.3㎞)→정상(동능 2.3㎞)]

 

한라산 동쪽코스인 성판악탐방로는 관음사탐방로와 더불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을 오를 수 있는 탐방로이다. 한라산 탐방로 중에는 가장 긴 9.6㎞이며, 편도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성판악관리사무실(해발750m)에서 출발하여 속밭, 사라오름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큰 무리는 없으나 왕복 19.2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안배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하산은 관음사 코스로 가능하다.

또한 탐방로 5.8km지점에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600m를 오르면 산정호수와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사라오름전망대가 있다.

이 탐방로의 특징은 백록담 정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숲으로 형성되어 있어 삼림욕을 즐기며 탐방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탐방로에서 보이는 오름군락은 화산섬의 신비감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한라산 자생지인 구상나무 숲이 가장 넓게 형성된 곳이며 한라장구채 큰오색딱따구리 오소리 노루 등의 한라산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식수는 속밭샘과 사라오름샘에서 구할 수 있으며 진달래밭대피소에서 생수구입이 가능하다. 주의 할 것은 여름철 말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함은 물론 하산 시 다리골절이나 체력소모로 인한 탈진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그룹탐방을 하는 것이 좋다.

  •  탐방로 등급 (난이도 - A: 어려움, B:보통, C:쉬움)
       탐방안내소 -B- 속밭 -C- 사라악샘-A- 진달래밭 대피소-B- 정상(백록담)
  • 대 피 소 : 속밭대피소(무인), 진달래밭대피소(유인)
  • 매     점 : 성판악휴게소(식수. 김밥, 국수, 해장국, 과자류, 면장갑, 비옷, 아이젠등 등산장비)
                     진달래밭대피소(식수, 컵라면, 면장갑, 비옷 등) 
  • 화 장 실 : 성판악사무실, 속밭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
  • 교     통 :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 방면(516도로) 시외버스 이용(40분)
                      성판악 입구에서 내려 2분쯤 걸으면 성판악 탐방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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