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房

아빠의 약속을 아들이 이행한 공산성

소띠여사 2012. 5. 28. 11:45

남편이 내 남편이 아니었던 시절,

그의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했던 약속 - "내가 공산성 구경시켜 줄께"

그가 대학 졸업을 할 때 까지 몇 번을 보태고 보탠 약속이었지만

그건 여의도 맨들의 전유물인 空約을 차용한 것이었다.

어제 그의 30여년 전의 空約을

그와 나의 아들이 共藥으로 바꾸어 주었다.

 

    30여년 전이었다면,

    서로 쑥쓰러워서, 아님 서로 별볼일 없는 사이여서 이런 포즈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딱 맞춰서 갔는지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었서 좋은 구경을 했다.

 

  햇볕은 쨍쨍하고 갑옷은 더워보이고....

  학생들이 알바를 하는 것인지, 전문 배우들이 업으로 삼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젊음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이쪽이 서쪽이란걸 청룡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옛시절 기계장비가 없었을 때는 정말 난공불락이었을 것 같은....

 

   장군이 되어 산성을 수성하듯...

   정말 장군이 되어 지 인생을 지키고 거느리길....

 

   옛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빌어 오늘 난 아름다움을 취한다.

 

   삼십년 세월을 뛰어 넘으니 배봉을 보여주는 쪽도, 보는 쪽도 편안하다.

 

   금강을 따라 쌓은 성벽.

   아랫쪽에 막은 사대강 공주보 덕택에 강물이 호수로 변했다.

 

   북쪽을 지키는 현무.

   아들들과 다니며 학생때 배웠던 것들을 되새김질 해 보는 것도 즐거운 맛이다.

   가물가물한 기억들이라는가, 아니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배워보는 맛이 참좋다.

   이런 자잘한 어우러짐이 가족여행의 참 맛인가 보다.

 

    강을 지척에 두고 저 깊은 연못을 저런 석벽을 쌓아서 만든 이유는 뭘까?

    분명 무엇엔가 쓰임새가 있어서 만들었겠지만

    그시절 저 연못을 파고 돌을 쌓은 민초들의 노고가 안쓰럽다.

 

 

 

 

   좌우 대칭으로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연못.

   저 계단을 내려가 무엇을 했을지?

 

   기왓장을 켜켜이 놓고 흑벽을 쌓아 기와집 용마루를 본뜬듯한 담벽이 참 아름답다.

 

   기생 넝쿨식물을 아예 품고 품어 자신의 몸을 만들어버린 나무

   자태 또한 여성의 늘씰한 몸매를 닮은 듯하여 아름답다.

 

   세 정씨가 무언가 열심히 보면서 탐구하고 있다.

   이럴때 끼어들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즐겁다는 엄가.

 

 

  우리나라 강들 중에 90도로 꺽인 강줄기를 찾기가 어렵다고...

  저 휘돌아 가는 곳이 지반이 강해서 강물이 산을 못깍아 내리고 돌아 간다는 설명.

  옛 백제인들의 현명한 선택이라나.

  지반이 강한 곳을 도읍지로 정한 것이.

  현대인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고대인들이 현대인들보다 미련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꺽인 강물을 따라가면 곰나루가 있고,

  그 밑에 뭘하자는 것인지 모를 공주보가 있고.

 

  공주보.

  천년 후에 이땅에 살 후대들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인공보를 만들었는지 궁금해 할까?

  공산성의 연지처럼 아름다움도 없는데....

 

  곰나루 밑에 공주보가 있었다.

  남편은 공주엘가면 늘 어디서 막걸리를 먹었었다는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곰나루 솔밭도 그 막걸리 추억의 장소.

  옛날에는 부족장 및 제사장이 '고마'였다고.

  '고마'가 '곰'으로 변형이 되었다는 말. 그래서 웅진.

  곰토테미즘하고는 별 상관 없다는 공주의 곰이라고

  작은 아들놈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공산성의 숙원을 풀었다.

 

울 아들들이 훗날 지 아들들을 데리고 공주를 방문할 때는

아빠 엄마와 공산성에 간 추억도 되새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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