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반길냥이

소띠여사 2017. 4. 12. 15:16

 

 

 

반길냥이

 

주택으로 이사를 하니

모두들 개 한마리 키우라고 한다.

화초에 메이는 것도 버거운데

동물에게까지 메일 수는 없는 일.

 

동네에 고양이들이 아주 많다.

아마도 길냥이 인듯.

울집도 이쪽저쪽에서 왔다갔다 분주히 들락거린다.

 

남은 잔반이 버리기엔 아까워 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했다.

한숟가락 정도의 밥을 줬더니

생선은 가시까지 깨끗이 먹었는데 밥은 그대로 남겼다.

아마도 밥을 먹어 본 경험이 없어 안 먹었나 보다.

매일 생선과 고기를 먹는 것도 아니어서

고양이 줄 잔반이 없는 날은 괜히 고양이에게 미안한 맘까지 생겼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가

사람이 먹는 것들은 염분이 많아서 고양이가 신장이 파괴되어 수명이 짧아진다며

기왕이면 고양이 사료를 주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줬다.

쿠팡에 고양이 사료를 주문 배달 받고,

고양이 사료통도 마련하고,

생수병으로 바가지도 만들고~~~

고양이 밥줌마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만 보이면

시속 1000키로 정도로 줄행랑을 치던 녀석들이

피하는 속도가 어슬렁으로 변했다.

2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지난 일요일엔 화분대 밑에서 해바라기를 하면서 누워있길래

'아무것도 물어오지마라, 물어다 놓으면 밥 안줄거야!'라고 말을 거니

알아듣는듯 동글동글한 눈을 껌벅 거렸다.

나도 가까이 하는 건 싫고 저도 싫을거고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앞으로도 쭉 살았으면 좋겠다.

 

노랑얼룩이와 검은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집을 자신들의 터로 삼았는지

얘들은 활발히 울집 앞뒤안을 휘젖고 다니는데

가끔 다른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왔다가 쏜살같이 달아나 버린다.

내가 없는 동안 두 고양이가 남긴 밥을 먹어보기나 했는지?

아마도 새들 땜에 그럴일은 없었을 듯.

개코보다 한 수 위인 새들이

고양이 밥을 탐해서 밥그릇을 뚜껑으로 덮어 놔야하는 수고로움과 새 지키기가 덤으로 생겼다.

 

남편도 고양이가 싫지는 않은듯

일찍 일어나 고양이 밥부터 챙긴다.

울집 고양이는 털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좀 비실거리는 것도 같았고~~~

지금은 조금은 나아진것 같다.

남편과 나는

아마도 울집 고양이는

이 동네 변방의 마이너트리 일것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더 밥을 잘 챙겨 줘야하는 이유를 찾는것이다.

 

제발 존재는 인정하나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쥐나 뱀 선물은 사양한다.

이제 반길냥이가 된 울집 고양이야

알았지?

니들이 날 기다린다는게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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