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으로의 여행

방학 마무리 선물

소띠여사 2006. 8. 21. 12:05

장마로 시작한 방학이

뜨거움의 극이 어디메쯤인지 모르게

몸과 마음을 태워버린 올 여름방학.

 

덥다고 피곤하다고

온 식구들을 내 팽개쳤던 미안함을 보상하고파서

남편과 아들의 방학 끝 마무리 선물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낚시로 골랐다.

 

"오늘 밤 빠가사리 낚시 갈까"라는 문자를 날렸더니

얼마나 고생해서 날렸음직한 문자가 답장이 왔다.

좋단다.

만반의 준비를 완료한 남편이

저녁밥까지 해놓고 나를 모시러 왔다.^*^

 

아들녀석과 셋이서

오늘 저녁 빠가사리는 다 죽었어를 외치며

낚시터로 향했다.

 

빠가사리 낚시는 처음이거니와 밤 낚시 또한 처음이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찌에 캐미라이트를 끼우고

캐미라이트 불빛이 물속으로 잠수하기를 기다리는 설래임.

 

모기 한마리도 우리 가족에게 인사하지 않고

시원한 공기도 좋고

벌금 천만원이라는 걸침막만 안 봤으면

너무나 평온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기 그지없는 밤이었다.

 

연달아 우리 셋의 찌가 물속으로 잠수를 하고

끼워놓은 지렁이를 강탈(?)당하거나

빠가사리가 낚시바늘에 걸려 끌려 나오거나....

 

빠가사리라고 소리죽여

즐거움을 토해내는 남편의 들뜸에

덩달아 나도 즐겁다.

히히거리는 그이가 너무 귀여워

입이라도 쪽 맞추고 싶다.

 

바다낚시의 무거움에 비해

민물낚시는 가벼웠지만

가벼운 만큼 자잘대는 입질에 지루함을 못느끼는 맛이 있었다.

 

지루함이 몰려오기전

입감으로 가져간 지렁이가 떨어져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철수했다.

토요일 저녁은 다음날 아침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좀 늦게 잠자리에 들면 대수냐...

 

일요일 점심으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낸 빠가탕을

입을 후후 불며 먹는 즐거움

어휴 매워를 반복하면서도

맛나다고 먹어대는 그이의 먹성이 사랑스러워

맛깔난 입맞춤을 하고 싶다.

 

다시 방학의 끝자락을 부여 잡자고

낚시대를 걸쳐 메고

월등 원달재를 넘었다.

이젠 꺽치를 잡으러...

20수만 해오자고...

 

물속에 들어가서 던지고 잡아끌고....

계획한 20수가 재주를 넘고 또 넘고,

허리춤에 찬 고기꾐지가 무끈하다.

"어어어 우리아들들 저녁밥!"

 

부리나케 달려와서

보골보골 끓인 꺽치탕에

우리 네식구의 사랑도 녹아든다.

잼피향처럼 강렬하게

청량고추처럼 매콤하게

보골보골 끓는 국물처럼 따뜻하게....

 

물살을 가르며 다닌 탓에

종아리며 허벅지며 다리가 뻐근하다.

방학 끝 마무리 싸비스

다리 맛사지!!!!!

아유 시원해를 외치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다리를 갖다 대는 그이의 장난이 즐거워

쪽쪽쪽 입맞추고 싶다.

 

귓속말로

이러이러해서 입을 맞추고 싶었노라고

달근하게 속삭였더니

간지럽다고 히히거린다.

 

아~아 행복하다.

여울을 만나면 졸졸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돌아가는 웅덩이를 만나면 흐르지만 아니 흐르는 둣하고

좁은 협로에서 바위를 만나면 성내 듯이 치다르는

보성강의 물길처럼

그 때때로 행복하다.

 

내 아들들을

내 남편을

행복 가득한 가슴으로 안아본다.

늙어 가는 얼굴에 맛사지 팩을 붙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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