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2008. 8. 1.
문학동네
소설가 황석영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소설속의 준이 뚫고 나온 소년기의 마지막 터널을 나는 어떻게 통과 했을까?
되돌아 보면
고민하는 척만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남들이 걸으면 따라 걷고,
남들이 뛰면 뛰는 척 따라 뛰고
따라쟁이처럼 그냥 남들하는 대로 그렇게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걷는 그 길에서 한 발짝이라도 방향을 틀어 어긋나기라도 하면
영영 세상의 주변부 인간으로 전락할 것이 두려워 고개조차 돌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2땐가
교무실에 불려가서
비뚤어진 학생이라는 질타를 받고
너 지금처럼 살면 앞날이 훤하다는
그들 어른들의 뻔한 레파토리의 훈계를 듣던날,
정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는데 잘못했다고 빌었었고,
내인생이 그 선생이 찍은대로 어긋장이 날까봐 몸서리치도록 무서웠던
그 더러웠던 기억이 내 사춘기의 전부는 아닐까?
늘 나는
어른들, 특히 엄마의 협박-
'내 미래의 인생에 대해서 "그렇게 살다가는 어긋장이 날 꺼라"는'
협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남들이 가는대로 따라 걷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소설 속의 준이처럼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사춘기의 터널을 뚫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어른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길을 걸으라고 은연 중에 내 아들들에게 강요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늘 내품에 가두고
사회의 틀에 묶어두어야 안심했던 한심한 엄마인 나를 보았다.
준이 엄마처럼 기다려 줄줄 아는 현명한 엄마가 되지 못했다.
내 아들들이 내 나이가 되어서
자신들의 성장기를 어떻게 뒤돌아 볼까?
난 내아들들에게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만 가고
그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만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만 생각하라고
그게 미래의 인생을 쫑치지 않는 것이라고
내 자신이 믿고
내 아들들도 그것을 믿으라고 강요했다. 지금도....
난 준이를 만나고 나서
내면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아보지 못했던 나에게 미안하고,
늘 획일적으로 규격화된 삶을 살라고 닦달한 내 아들들에게
정말 정말 미안하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부랑 노동자 대위 장씨가 '씨팔'은 인생이 신나서 붙이는 수식어라며 하는 말이다.
그래 우리들 모두는 오늘을 사는 거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도,
또는
준이처럼 격렬하게 살아도
누구나 오늘을 사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소한 내면의 자신은 자각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