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의 여행

신도 버린 사람들

소띠여사 2007. 12. 22. 18:05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시작하던 때가 기억났다. 집에 오는 손님들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개는 판에 박힌 재미없는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누 형이 똑같은 걸 나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작가가 되고 싶어."

"너는 정말 구제불능이다. 빈털터리 거지가 되고 말 거야. 너, 작가가 잘 사는 거 본 적 있어?"

형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베란다에서 서서 훌쩍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형이 달래려는 건 줄 알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 좀 봐봐. 사람들은 말할 거야. 의사가 돼라, 엔지니어가 돼라, 아니면 변화사가 돼라..... 하지만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돼.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게 옿아. 아빠도 너한테 이게 되라느니 저게 되라느니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버지는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랬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빠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가지뿐이야. 뭘 하든 최고가 되라는 것. 도둑이 되고 싶어? 좋아. 하지만 솜씨가 대단해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게 만들어야 해.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고 '야, 진짜 훌륭한 도둑이다! 어쩜 이렇게 솜씨가 대단할까?'라고 감탄하게 만들란 말이야."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아버지도 이가 다 빠진 입을 벌리고 씩 웃었다.

"그것보다 못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돼. 알아들었니?"

이 말을 할 때도 아버지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아버지의 투박한 인생철학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내 마음 깊은 곳에 영원히 뿌리를 내렸고, 내 야심의 추진력이 되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을 때도 생각났다. 몇 시간씩 연구를 하던 때였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여섯 자녀를 키운 어머니는 그만 좀 쉬라고 닦달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먹고 마실 것 충분한데 뭐가 걱정이 돼서 일만 하냐는 것이었다. 하루는 하도 잔소리를 하니까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호통을 쳤다. 그러고는 학위는 운전면허 같은 거라고 설명했다. 면허를 따면 계속 운전을 해야지, 그럼 그걸 그냥 썩히나?

 

나렌드라 자다브   다무  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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