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중대 4소대 17번 정병연에게

소띠여사 2010. 2. 15. 11:28

병연아

 

우리아들 설 잘 쇴니?

군용 떡국 한 그릇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었겠구나.

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설 잘 쇠었단다.

오늘은 정상 근무를 해서 너에게 편지도 쓰는 구나.

 

이번에 병용이 형은 외할머니댁에 간다고 오지 않고 너도 못와서

할아버지께서 식구가 적어 썰렁하다고 하시더라.

여전히 양규형은 반찬을 가려서 할머니께서 조금 힘들어 하셨다.

요번 설 음식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것은 아구에 꽃게, 해물을 넣고 만든 찜이었다.

엄마가 청량고추와 고추가루를 많이 넣어 매콤하게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조금 덜 매웠으면 더 맛있겠다고 하시니

할머니께서 이다음에 할아버지만 안 맵게 해드린다고 하셔서 모두 웃었다.

우리아들이 있었으면 뭔가 빠진 맛, 너무 많이 넣은 맛을 품평하면서

미식가로서의 입맛을 또 자랑했을 것이데, 우리아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서연이 PMP 사 주려다 못 사줬다.

형이 내려와서 양복을 사야 한다고 해서 양복과 구두를 사주고 나니

카드값이 장난이 아니어서 서연이와 경욱이에게 새배돈으로 고 입학을 축하하고 말았다.

형은 알바비 받은 돈으로 양복을 사겠다고 했는데 처음사는 양복이어서 아빠랑 엄마가 사준다고 했어.

아들들이 커지니 지출도 커지는 구나.

형이 세배돈 받은 것을 엄마에게 주네. 스므살이 훨씬 넘었는데 세배돈 받기가 쑥스럽다면서.

고맙다고 엄마가 받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양복 값이었나 보다.ㅋㅋ

아빠 엄마가 우리아들들에게서 독립하는 날을 목을 길게 내밀고 기다릴란다.ㅎㅎㅎㅎ

열심히 공부해서 한 방에 해결해주라.

 

우리아들 전화 정말 반가웠다.

아빠 형 엄마 모두가 전화기를 꼭 끼고 긴장 상태로 대기했단다.

행여 형 때처럼 또 첫전화를 못 받아서 우리아들에게 실망감을 줄까봐서.

평소의 병연이처럼 쾌활하게 전화해 줘서 고마웠다.

우리아들의 맘 다 알면서도 씩씩한 목소리 들으니 좀 맘이 놓이더구나.

그래도 힘들 때는 엄마에게 기대렴. 엄마는 언제나 네가 기댈 수 있는 가슴과 어깨를 준비하고 있을께.

 

어제저녁에 허정무호가 일본을 3-1로 이겼는데, 7년만의 승리라는 구나.

우리팀이 이기는 경기를 설날 저녁에 TV중계로 보니 더 기뻤다.

축구의 전술이나 경기력 분석을 못하니 그냥 축구공이 골넷을 흔들때만 좋구나.

 

우리아들 면회는 언제쯤 할 수 있을런지?

우리아들 보는 날까지 서로 열심히 살자.

엄마아들 정뱅. 사랑해. 힘내라.

2010. 2. 15.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