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살아 본 경험이 없었던 아들 놈들이 대학에 진학하느라 타 지역(공주)으로 가 있다.
작은아들놈이 유난히 참기름 만 친 생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기숙사 식당에서 생된장을 줄리는 만무하고 시판되는 쌈장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풋고추와 고추장이 나왔단다.
옆 친구들에게 왜 된장을 주지 않고 고추장을 주냐 했더니 자기들은 원래 그렇게 먹는다고 하더란다.
된장 찾는 아들놈을 그들은 더 이상해 하더라고.
큰 아들놈이 분식집에 가서 팥죽을 먹었는데 설탕을 주지 않고 소금만 주더란다.
아주머니께 설탕을 달라고 하자 팥죽에 설탕을 다 넣어 먹느냐며
양념용으로 주방에 있던 설탕을 주면서 이상하다 하시더란다.
여자 친구랑 서울에 가서 또 팥죽을 먹으며 설탕을 달랬더니
전라도가 고향이냐고 물으시며 역시 양념용으로 쓰는 주방 설탕을 가져다 주시더란다.
웃지방 팥죽집에는 아예 설탕을 구비해 놓지 않나보다며 큰아이도 신기해 한다.
아들놈들은 식탁에 앉아서 조잘거린다.
우리랑 음식을 먹는 법이 달라, 진짜 재미있지?라고.
지난 주말에 집에 온 작은 놈이 지네 학교 도서관에서 논문을 한 편 발견(?)했는데
지역별로 다른 음식문화에 대한 것인데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어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급 궁금해진 내가 어버이날 선물로 그 논문 다운받아서 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정말 이메일로 효도선물이라는 제목과 번역을 부탁한다는 거창한 축하 메시지의 어버이날 선물을 받았다.
[전통음식의 조리재료를 지표로한 지역구분 시론]이라는 이영식씨의 공주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지리교육 전공)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우리 아들들이 겪었던 음식문화의 차이로 지역구분을 한다고 연구되어 있다.
참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혼식의 부재료로 보리쌀을 넣는 것은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데,
경기 북동부와 강원 남서부, 경북 북동부 일원에서는
보리보다 콩, 옥수수 등을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뜻한 국물에 마는 온면(溫麵)은 남쪽 지방에서 여름철에 더운 밀국수를,
찬 육수나 동치미 국물에 마는 냉면(冷麵)은 북쪽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즐긴다고 한다.
만두는 태안반도와 경북 북부를 잇는 선 이북에서 만들어 먹었다.
동지 팥죽 조리시 거의 대부분 지역이 팥, 쌀, 새알의 형태로 만들어 먹었는데
전남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쌀을 넣지 않고 팥, 새알의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
정월 초하루에 끓여 먹는 떡국 조리시
영,호남과 충남 남부, 충북의 영동군을 포함한 남부에서는 가래떡만 썰어 넣고 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이북의 중부는 가래떡과 만두를 함께 넣고 끓여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역국 조리 재료로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조리하는 것이 전국적인 분포이고
경북의 동해안과 경남, 전남의 남해안, 제주도, 울릉도, 충남의 남서부, 전북의 북서 해안 쪽에서는
어패류를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울진을 제외한 영남과 호남 전역, 제주도, 울릉도, 충북의 옥천, 영동 등 주로 남부 지방에서
된장이나 막장의 사용이 현저했으며,
강원도 홍천을 제외한 그 이북은 고추장 사용권으로 구분되었다.
경남과 경북의 일부에서 막장을 사용하였다.
생선 식해는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부산까지 동해안에만 분포하고
생선 젓갈류는 소금이 많이 나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장아찌류 중 콩잎을 사용한 지역은 영남과 소백산맥 서 사면의 전남, 북 일원에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상은 위 논문에서 발췌한 주요 연구 사항.
이 연구자가 향신료도 조사 연구를 해서
우리 지방에서 즐겨 먹는 잼피와 방앗잎에 관한 것도 알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떡국을 준비하는 설날에 늘 우리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
"우리 강원도에서는 만두를 빚어서 넣어 먹었는데"
우리 친정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우리 시댁의 전통음식인 된장찜(강된장)이
우리 어머님따라 강원도에서 이주해 온 음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된장찜은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먹어 본 반찬이었고
이웃집들에서 해 먹는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 보지 못한 것 같다.
문득 든 생각,
고추장 문화권 지역 사람들이 조정래씨의 소설 [태백산맥]을 읽으며 참 의아해 했겠다.
여름 땡볕 밭에 나가 일하고 들어와 점심을 보리밥에 물을 말아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다는 내용을 읽고
남부의 음식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듯 싶다.
우리 아들들이 풋고추에 벌건 고추장을 무슨 맛으로 찍어 먹는지 이해 할 수 없어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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